보라색 꽃 좋아하세요?
오랜만에 정원 꽃들 사진을 찍는데 유독 보라색 꽃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여름 내내 모기가 어찌나 극성을 부리던지 겨우겨우 물만 주고 들어오느라 자세히 살피지를 못했거든요. 화려한 장미, 풍성한 수국이 지나간 자리에 작고 사랑스러운 보라색꽃들이 자기들만의 축제를 시작하고 있었어요.
흔히 말하기를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신비롭고 예리하다고 하죠? 냉정하면서도 창의적이고, 풍부한 감성을 지녀 예술적 감각이 높다는데요. 얼마 전, 인스타 피드에도 [보라 꽃 특집]을 올렸는데 많은 팔로워분이 좋아하는 색이라고 공감한 것을 보니 매력 있는 색임에는 분명한 거 같아요.
#1 보라 꽃: 블루세이지(Blue Sage)
약용, 향신료, 향료 등 다양한 활용도가 있는 한해살이 허브 식물입니다. 청보라색 꽃이 청량하고, 키우기도 쉬울 뿐 아니라 개화기간도 길어 매해 허브길에 심어주고 있는데요. '장수, 건강, 가족애' 등 다양하고 좋은 꽃말이 있습니다. 라벤더와도 비슷한데, 파란색이 좀 더 강하고, 꽃잎에는 작은 흰색 무늬가 있어요. 다른 식물과도 잘 어울리고, 말려서 다양한 소품 만들기에 유용한 꽃이랍니다.
#2 보라 꽃: 안개초 (Baby's Breath )
봄에 씨앗 파종했는데, 얇은 꽃대가 여러 갈래로 갈래져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핍니다. 흔히 알고 있는 안개꽃은 겹꽃이고, 다년생인 데 반해 안개초는 홑꽃이고 일 년생이에요. 여리여리 청순한 아름다움이 '맑은 마음, 간절한 기쁨'이란 꽃말과도 잘 어울립니다. 0.5-1cm 정도로 작고, 5개의 꽃잎 끝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3 보라 꽃: 사계국화(Alpine Aster)
봄부터 가을까지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피는 다년생 꽃인데요. 초봄에 1 포트 심었는데 점점 퍼져서 지금은 화단 가장자리를 꽉 채웠네요. 땅표면을 덮는 지피식물인데, 주변에 어떤 식물을 심어도 분위기 있게 잘 어울립니다. 다른 꽃들이 시들시들한 한여름에도 연보라색 꽃을 싱싱하게 피워 볼 때마다 기특하고 고마웠답니다. '맑음, 고상함'이란 꽃말이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꽃입니다.
#4 보라 꽃: 알리섬(Allyssum)
보기만 해도 예쁜데 은은하고 달콤한 향까지 있어 기분 좋은 꽃인데요. 4개의 꽃잎으로 된 작은 꽃들이 한데 모여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금세 넓게 퍼지는 꽃이어서 조금만 심어두어도 가득 피어나는 가성비 최고인 식물이에요. 더위에 시들시들하더니 가을 되니 다시 생생해졌네요. 꽃말은 '빼어난 미모'로 초겨울까지 정원을 지켜줍니다.
#5 보라 꽃: 밀레니엄 벨(millennium Bell)
꽃이 백만개 정도로 많이 피워준다는 의미로 밀레니엄이란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실제로 봄부터 가을까지 쉬지 않고 예쁘게 핍니다. 대부분의 미국 정원에선 집 입구에 행잉으로 걸어두는데, 전 다른 꽃들과 함께 모듬으로 심었어요. 일 년생이지만, 정원에서 열일하는 친구로, 꽃말은 '진실한 사랑'입니다. 작은 나팔꽃 같기도 하죠?
#6 보라 꽃: 스토케시아(Stokesia)
아스터(국화과) 종류로 여름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피는 다년생꽃입니다. 둥근 모양으로 꽃이 피다가 갈라진 줄기 끝에 물수레 국화와 같은 두상화가 피는데, 끝이 여러 개로 깊게 갈라져 있어 매력적입니다. '지혜, 순수'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꽃이 커서 존재감이 높습니다. 월동도 잘해서 한번 심으면, 매해 보는 꽃이에요.
#7 보라 꽃: 맥문동(Lirirope)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이 찾은 불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맥문동의 잎을 죽은 사람에게 덮어주면 사흘 안에 살아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전설이 전해지긴 합니다. 아마도 한겨울에도 푸릇한 잎이 그대로 살아 있는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라고 해석되는데요. '인내'라는 꽃말도 그런 여유겠지요? 동양란 같은 잎에 고고하게 핀 보라 꽃에선 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차병원 '미술 클리닉'의 김선현 교수에 의하면, 보라색은 우울하고 침체된 마음을 다독이고, 예술적인 영감을 자극한다고 합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한 작업을 할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보라색 꽃을 보며 치유와 힐링, 위안을 받고 있었단 생각이 듭니다. 여리여리하지만 섬세하고, 온화한 옛친구 같은 모습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