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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랴 Jan 29. 2024

완벽과 비교의 상관관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못 쓴 글을 많이 적어봐야 한다는 얘기기도 했다. 내가 매일 적어가는 무미건조하거나 식상하거나 재미도 없고 형편없기도 한 글을 견디겠다고 각오하는 일이다. 아예 반응이 없거나 조금 있는 주변 시선과 반응도 묵묵히 견디면서 그럼에도 매일이나 자주 적기로 항상 다시 마음을 내야 하는 일이다.




오늘도 정리되지 않는 글을 적어내려 갔다. 감정과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글자 안에서 뒤엉켰다. 하지만 그 모습 그대로 보기 좋다고 느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느껴왔던 생각과 시행착오와 확인했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적어가는 감각을 나는 좋아했다. 이게 책이, 어쩌면 이해받을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나는 우선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싶었다. 왜 내가 글을 쓰는 게 좋았는지 다시 떠올리고 싶었다. 몸에 새겨진 어떤 느낌을 되살리고 싶었다.




지금에 와서 그림도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지만 선이 사실 완벽하진 않다. 연필 선의 비어있는 느낌과 삐뚤빼뚤하기 그지없었고 색도 조금은 완벽하진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내가 흡족했고 내가 보기에 좋았다. 그림을 그리는 걸 어딘가 피하게 되고 버거워져서 미루는 게 아니라 그리고 싶다는 생각, 그 자체를 다시 하게 되었다.




그들이 잘하는 건 잘하는 거고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고 만들어내는지 참고하는 선에서 그친다. 굳이 비교를 한다면 내가 어제 만들어낸 것보다 나아졌는지를 살펴보게 됐다. 그리고 최대한 비교할 때는 감정을 섞지 말고 사실만 받아들인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좋았다. 굳이 자책할 필요도 없고 마음이 꺾일 필요는 당연히 없으니까.




그래서 완벽하다든가 다른 이의 실력과 비교를 하면서 깎아내리기보다는 지금의 부족해 보이는 부분도 그 나름대로 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들을 내가 만들었다고 가슴을 펴고 당당히 생각하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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