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집, 침묵의 아이

by 슈리엘 아샬라크

남편의 아이는 이상했다. 현실 속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눈앞에 존재했지만, 세상의 질감으로는 손끝에 닿지 않는 안개 같았다. 들리는 소리, 움직이는 몸, 그러나 그것들은 하나의 인간이라기 보다는 껍데기 같았다. 그 애에 대한 내 감상이었다.

나는 이 결혼을 ‘안정’이라 불렀다. 남자의 든든한 재력, 근육진 체격,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말투까지. 나는 그의 삶에 편입되기로 했다. 아이는, 부록처럼 따라온 존재였다. 그저 지나간 서류의 구겨진 자락 같았다. 나와는 무관한 아이였다. 그저 공기처럼 곁에 있을 뿐, 내가 감정을 가질 이유도 권리도 없다고 믿었다.

시아는 결함이 많은 아이였다. 애초에 나는 애정을 줄 마음도, 애써 꺼낼 의지도 없었다. 내겐 그 아이를 사랑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 우리의 관계엔 이름도, 규칙도, 감정도 없었다. 그냥, 남편의 부속물처럼 따라온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함께 살아주길 바랐고 나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애를 처음 본 순간부터 확신했다. 우리는 절대 연결되지 않을 거라고.

내가 그 애를 처음 만난 건, 결혼 일주일 전이었다. 짐을 좀 옮겨 두려고 찾았는데 그 애가 있었다. 거실 한쪽, 빛이 미치지 않은 모서리에 조용히 주저앉아 있던 그림자 하나. 움직임은 있었으나, 소리는 없었다. 모습은 마치 며칠 동안 굶기라도 한 사람 같았다. 하지만 입에서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바삭거리는 소리, 숨소리, 씹는 소리조차.

소음이 제거된 공간. 시아가 있는 거실은 마치 진공 속 같았다. 나는 그 애가 가진 침묵의 질감에 눌렸다. 그 아이의 입을 중심으로 세계가 꺼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현시의 시간에 머물면서도 다른 차원에 존재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안녕?”


낯선 언어처럼 흘러간 인사에 대답은 없었다. 식탁 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은 핸드폰만이 미세하게 숨 쉬듯 깜빡이고 있었다. 하얀 손가락이 스크린 위를 유영했다. 어쩌면, 그 세계가 진짜 저 아이의 고향일지도 몰랐다.


“시아야, 안녕?”


다시 부른 이름은 현실의 언어였고 저 애는 그것을 이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들리지 않니?”


조금 더 큰 소리에조차 시아의 시간은 요동치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세계는 이 아이에게 ‘외부’였고, 나는 단지 낯선 경계의 목소리일 뿐이었다.


“원래 그래. 그냥 신경 쓰지 마.”


남편의 목소리가 파문처럼 번졌다. 익숙함이란 이름의 체념이었다. 나는 억지로 웃었다.


“응, 그래. 신경 안 쓸게.”


앞으로의 일을 알리듯, 시아의 핸드폰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유토피아에 접속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그 애의 방식의 인사였을 것이다. 어딘가 틈이 있는 아이였다. 어디가 비어 있는지는 몰라도, 그 공백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