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교제할 때, 카페에서 호기심에 못 이겨 남편에게 물은 적 있다.
“전처는 어떤 사람이었어?”
그이는 입가에 컵을 가져다대다 말고 탁자 위에 경쾌한 소리를 울리며 내려 놓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 마지막까지.”
나는 무심코 되물었다. 신경쓰이게 긁는 한마디가 나를 덥석 물었던 탓이다.
“마지막까지?”
남편은 티끌 한 점 없는 맑은 창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 마지막까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어.”
그렇게 되뇌인 그는 잘 닦여진 창에 비친 무언가를 깊이 응시했다.
“그 여자의 기분을 난 따라갈 수 없었어. 그러면서도 가끔은. 그래, 따라가고 싶다고 생각했지. 어떤 날은 굉장히 들떠 있었고, 어떤 날은 매우 자신감에 차 있었고, 어떤 날은 수다가 많았는데, 또 어떤 날은 집착했고, 집중하지 못했고, 우울했어. 또 마지막은.”
남편의 흐릿해진 눈동자에 무언가 희끗하게 번쩍였다. 그는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버렸다.
“그렇게 알면 돼. 전처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어. 그뿐이야.”
나는 확실히 선을 그어버리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덧붙일 수 없었다. 어떤 일이 있었든, 전처는 나보다 나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내면에서 정리해 버리곤 마음을 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인하고 싶었는데, 전처와 완전히 정리된 게 확실한 지 알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시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완전히 정리된 거야? 혹시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던가······.”
“아니.”
내 말을 끊은 남편의 목울대가 한 번 꿀렁였다. 한숨이 이어지더니, 다시 입이 열렸다.
“그 여자는 죽었어.”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너무 덤덤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슬픔도, 후회도, 분노도 없었다. 마치 애초에 살아있지 않았던 사람을 언급하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답이 필터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왔다.
“뭐? 왜.”
남편은 손끝으로 테이블을 조용히 두드렸다. 일정한 박자도, 규칙도 없었다. 문득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했다. 망설임인가, 죄책감인가. 나는 묻지 않았다. 결국 그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저었다.
“있잖아, 전처 이야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 우리는 우리의 미래만 생각하면 안될까?”
한동안 백색소음만이 현실의 시간을 타고 흘렀다. 나는 위기를 느꼈다. 내 대답에 따라 우리 사이가 결정난다. 등 뒤로 누군가가 보내는 듯한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달싹이다 겨우 목소리를 꺼냈다.
“알겠어.”
미적지근한 햇빛이 이마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이내 결심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그래, 맞아. 어쨌든 이제 중요한 건 우리 둘 뿐이야.”
그렇게 나도 생각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 아이, 시아와의 연관성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시아를, 마치 먼지 낀 유리창을 손등으로 문지르듯 지워냈다. 남편은 전처의 죽음을, 사건이 아닌 정리로 기억했다. 나는 그런 그의 정리에 동의했다. 나는 진실에 대한 책임을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알지 못했다. 이해도 할 수 없었다. 모든 행동이, 그 애의 친엄마와 관련있을 거라는 사실을 외면했다. 알고싶지 않았다. 남편과 약속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분명 간과하고 있었다. 한집에 함께 머무는 이상,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는 반드시 온다는 걸 말이다. 이 모든 것을 무시한 나는 결혼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결혼을 성사시킬 수 있었고, 남편은 비위를 잘 맞춰주는 나를 받아들였다. 어쩌면, 어쩌면 이 선택의 미래는 정해져 있던 것이 아닐까? 나는 그의 그 말끝에서 죽음이 아직도 이 집을 떠나지 않았음을 느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