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의 여행자

by 슈리엘 아샬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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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생활은 평탄했고, 시아와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시아는 내 그림자라도 밟히면 도망치듯 방으로 숨어들었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건 늘 등 돌린 채 게임에 몰두한 뒷모습뿐이었다. 식사도 가족과 함께 자리하지 않았다. 밥시간이 돼서 부르러 가면, 대답 없이 게임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남편도 원래 그러니 내버려두라고 했다. 언제 식사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시아는 그 나이 치고 작고 마른 편이었다. 성장기 끝 무렵인데 말이다. 하지만 남편의 말처럼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독한 게임중독자구나,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때는 시아가 조만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다. 내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것 말이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기쁨도 슬픔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정전처럼 고요한 마음을 끌고 집에 도착했다. 아니, 그것은 기쁨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의 전원이 꺼진 상태에 가까웠다. 마치 정전처럼, 모든 감정 회로가 순식간에 끊긴 듯한 기분이었다. 기쁨도, 두려움도, 설렘도 없이. 그저 정지된 감각뿐이었다.

물론 엄마가 된다는 자각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이시아였다. 내게 자식이 생긴다. 그런데, 그 애는? 시아는 내게 대체 뭐지? 나는 엄마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엄마였다. 단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누군가의 상처를 밟고 지나왔을 뿐. 아니, 그저 남편의 자식일 뿐이잖아.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얼빠진 얼굴로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소음 없는 문이 부드럽게 열렸을 때, 이시아가 서 있었다. 교복 차림의 그 아이는 무언가를 손에 쥔 채 내 발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 둘 사이에 늘 존재하는 하얀 정적이 쓸고 지나갔다. 곧 시아가 무엇을 들고 있는지 깨달은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건, 내가 깜빡 잊고 현관 선반 위에 올려둔 임신테스트기였다.

“내 거란다. 이리 주겠니?”

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물건을 내밀었다.

“고맙구나.”

시아에게서 받아 들었지만, 그 손은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의문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자, 그 애도 뭔가를 묻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귀로 들리는 질문은 없었지만, 나는 그 내용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동생이 생기는 거냐고 묻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아의 손끝은 말을 알지 못한 채, 배 속의 새 생명을 향해 뻗어왔다. 나는 그 손을, 마치 타인의 슬픔이 전염될까 두려운 사람처럼 튕겨냈다.

“치워.”

내 목소리는 살을 얼리는 칼날 같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내가 시아를 응시했다. 늦게서야 후회가 밀고 들어왔다.

“아, 미……”

말은 입안에서 흐트러지며 엉겨 나왔다. 사과해, 강주혜. 미안하다고, 실수였다고 사과해야지. 하지만 어쩐지 바보같이 내뱉고 있는 소리는 한 글자, 한 글자가 고장 난 라디오 소리 같았다. 아, 입술에 껌이라도 달라붙어 있는 것 같다. 눈이 점점 꾹 감겼다. 말해야 했다. 그런데 목이 붙들린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미……”

눈을 떴을 땐, 이미 시아는 사라지고 없었다. 벙찐 얼굴로 가만히 자리에 서 있다가 마치 무언가에 이끌린 듯, 나는 시아의 방문으로 향해 걸어갔다. 소음 없는 문을 조금 열자, 어두운 방 한 귀퉁이에 두껍게 쳐진 커튼 사이로 햇빛이 겨우 투과해 시아의 희끄무레한 뒷모습과 함께 그 세계를 비췄다. 언제나처럼 자신만의 세계, 게임 속에 빠져 있었다. 게임을 잘 모르는 나도 모험 게임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음악과 배경,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목적지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험. 그건 현실을 떠나기 위한 여정처럼 보였다. 마치 살아 있음과 사는 것의 차이를 잊은 사람처럼.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시아는 저 세계로 도망쳤다. 그리고 나는 그 세계에 감히 발을 들이지 못한 채,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렇게 나는 그 문 너머로 들어갈 자격을 스스로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