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인 장일호작가가 쓴 첫 에세이 '슬픔의 방문'은 작가가 살아오며 겪은 일들을 본인이 그동안 읽었던 책 속의 문장과 함께 솔직하고 때론 직설적으로 이야기 한다.
웃긴건 읽으면서 은유작가님과 하고자 하는 말의 결은 비슷한데 표현이 직설적이라 내 마음속에서 반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가 적으면서도 어이가 없는데...
그녀의 가치관이나 정신,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너무너무 공감하지만 뭐랄까, 무척 까칠한 여자의 모습이 느껴졌달까.
은유작가님의 문장을 읽으며 심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공감하는, 마치 광신도와 같은 독자였다면 그와는 다르게 장일호작가님에게는 자꾸 '어후... 여자가 이리 드세서 어찌 살라고!! 피곤하것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는 나를 직시하고 깜짝 놀랐다.
'미쳤네. 뭘 보고 니가 그런 판단을 하냐? 옳은 소리만 구구절절 하는구만. 정신 차려라!!'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 세상에 순종하며 살았는지, 그로 인해 가슴 속 응어리를 품고 살았다는 걸 은유작가님 책 읽으며 깨달았으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화법으로 말한다고 이렇게 이중적으로 생각할 수 있나 싶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절레절레)
책에 밑줄을 긋고 부분부분 필사를 하며 완독을 하고 나니, 왜 그가 이렇게 좀 더 적극적이고 단호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자살 유가족이자 가난의 주체자였고 성폭력 생존자였으며 암환자이기도 했다. 본인이 이 모든 일들의 교집합에 속한 자이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직접 겪은 일들을 미화해서 적을수는 없을테니까.
그의 용기에 깊게 감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는 이 모든 고통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했다는 점이다.
이거 정말 쉬운 게 아니다. 자살 유가족이라는 것도, 성폭력 생존자라는 것도, 가난하다는 것도, 심지어 내 몸에 생긴 암까지도 '내 잘못'으로 치부하는 이 세상에서 그건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그의 용기는 나에게 은유작가님과는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수치스러워하기를 거부하고 나의 고통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했을 때 내 고통은 자원화가 되어 또 다른 이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 나는 밑줄을 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1인분의 책임이 있는,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진짜' 어른이 됐"으므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자고 얘기한다.
당장에 큰 변화가 없더라도 내 몫의 책임을 다 할 수 있을 때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