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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소리 Jun 29. 2024

품바축제의 희망

봄 소풍의 이변

  

  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좋아한다. 언제 들어도 마음을 움직인다.

  오늘은  노숙인들의 소풍날이다.  선들선들 바람이 불고 날씨도 싱그럽다.

 <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으로 천여 명이 서울과 수원 인천에서 25대의 버스로, 음성꽃동네에 초대되었다.

 십 년 째하고 있는 노숙인 봄 소풍 행사이다.

 봉사 대원들이 두 줄로 서서 강당으로 들어오시는 그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강당 안에서는 오웅진 신부님의 기도와 교황님 메시지 전달, 창단 5년 차의 노숙인 합창, 수녀님들의 합창이 끝나고 12개 나라에서 헌신적인 구호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감사장이 전달되었다.     

 봉사자들이 만든 순대, 부침개 잔치국수와 육개장, 수박과 떡을 제공하는 식당이 운영되어 동네 잔치 하듯 북적거린다.

 그분들은 게임과 노래방 부스에서 즐겁게  웃어보는 기회를 가진다. 변호사들이 운영하는 법률 상담부스에서는 매년 여러 명이 신용 불량 문제를 해결한다. 건강 체크 부스에서는 간혹 병이 깊은 사람이 발견되어 꽃동네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도 생긴다.   

   

 십 년째 해오는 이 행사를 창안한 사람은 서울꽃동네 이 원장이다. 삼십여 년 전 그녀는 나와 함께 근무하던 교사 시절에 경기교육자원협회를 구상하여 우리는 함께 교사 봉사단을 만들고 학부모와 학생 봉사의 틀을 만들었다.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의욕으로 학부모를 교육 강사로 키우고 88 올림픽 때는 경기도 시민 1,500명에게 봉사 교육을 시켰다.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를 하여 한 학급아이들이 힘을 합하여 전 세계의 힘든 어린이를 돕는 활동도 하였다.

 우리는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봉사 교과서도 제작하였다. 지금도 서울역과 수원역에서 매주 무료 급식을 하는 단체의 구심점은 그녀이다.     

 그녀는 이것이 될까? 의심하지 않는다. 무모할 것 같은 일도 그녀가 나서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사회에서 실패를 겪고 지하도로 숨어든 사람들에게 <노숙인 합창단>도 <노숙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이라는 이 소풍 계획도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녀가 자장면으로 유혹하여 노숙자 합창단을 만들어 낼 때 모두 무모하다고 손을 저었었다. 그러나 그들의 합창은 무대에 올려졌고, 합창의 리더 노숙인 ‘사랑이 엄마’의 목소리가 강당으로 힘차게 울려 퍼질 때는 소름이 돋았다.

 오늘 이 봄 소풍은 이 원장이 대표로 있는 서울 꽃동네와 내가 이끌고 있는 경자협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이다.    

 

 어제저녁 남편이  발목이 아프다며 파스를 찾았다. 이리저리 파스를 붙이더니.

  "나는 내일 행사는 못 갈 것 같아, 힘들어도 품바 소풍은 혼자 가야 할 것 같다."

  참가해 봐서 행사 규모를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말을 할까? 야속했다.

  “그러면 가서 지휘라도 좀 해줘요. 가방 천 개 싸는 일이 보통 일 아니잖아요."

  "자리라도 지켜줘요. 콧바람도 쐴 겸...”

  아침이 되어 좀 나았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그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따라나선다.     

 꽃동네에 도착하면서 보니 어제부터 미리 내려온 봉사자들 덕에 부스며 음식 준비가 세팅이 완료되어 가고 있었다.

 소풍 온 분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 꾸러미만 아직 상자 째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 개의 가방을 채우는 일을 빠르게 해 내야 한다.

 사이즈 별로 운동화를 넣고 런닝, 펜티, 티셔츠 사이즈 찾아 넣고, 빵과 방울토마토, 사탕까지 넣어 버스 별로  나누어 주어야 하는 일이다.

 남편은 언제 아프다고 했느냐는 듯이 교직에 있을 때의 솜씨를 발휘하여 학생들을 지휘하여 가방을 꾸리고 버스 별로 늘어놓는다.

 땀을 흘리며 진행하는 그를 보니 덕지덕지 붙인 파스가 웃는 것 같다.

 어제는 남편이 엄살을 부리며 응석을 부렸나 하고 의심이 들었다.

 "발은 괜찮아요? 어제는 엄청 아프다더니, 엄살이었나?, "

 "어젠 많이 아팠어, 지금은 좀 나은 것 같아"  

   

 남을 돕는 봉사를 하면 엔도르핀이 나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틀림없이 봉사가 그에게 진통제의 역할을 하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은 정말 발 마사지라도 정성껏 해주어야 할 것 같다.     

 마라토너들이 죽을 것같이 힘든 구역을 지나면서 몸이 조금 가벼워진다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처럼 노숙인들이 이 소풍을 통해서 긴 어둠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이변이 일어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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