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일기 77. 지금 부산은 ‘포럼(Forum)’ 과잉시대
요즘 부산지역에 “ㅇㅇ포럼”이 차고 넘친다.
부산시가 주관하는 다양한 “포럼”부터 산하 공공기관, 언론기관에서도 “포럼”을 한다.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도 “포럼”을 한다. ‘부산이니셔티브포럼’, ‘가덕도 신공항 비전포럼’, ‘그린 스마트시티 부산포럼’, ‘탄소중립에너지 대전환포럼’,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포럼’, ‘부산인구미래포럼’,‘신 한일미래포럼’, ‘부산해양경제포럼’ 등등. 다분히 “포럼 과잉시대”다.
NAVER의 지식백과에서 ‘포럼(Forum)’은 “서로 상충하는 입장을 대표하는 토의자들이 한 사람씩 발표하고, 청중과 토의자가 서로 질의 응답하여 그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을 말한다. 심포지엄이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포럼은 상충하는 입장에서 논의하는 것이다. 또, 토의자들의 주제 발표 후 시종 청중의 참여로 진행되고 결론을 끌어낸다는 점이 특징이다.”라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작금의 부산에서 행해지는 위의 포럼들은 ‘포럼’의 형식이라기보다는 ‘심포지엄’의 형식에 가깝다. 부산지역이 행하는 포럼은 해당 이슈에 대해 중지를 모으고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역 문제나 이슈에 치열한 논쟁이나 비판적 관점이 설 자리가 없다. 지역 이슈들이 한쪽으로 쏠리면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논쟁이 없는 곳에 발전이 없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일은 주최자, 참석자, 후원자들의 동일인이거나 거의 변하지 않는 점이다. 대다수 지역행사의 후원은 특정한 몇몇 기업으로 한정되어 있다. 후원하는 기업은 죽을 맛일 것이다. 후원을 안 하자니 뭔가 찜찜하고, 하자니 비슷한 행사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지역기업의 후원에는 정체성, 특별함이 없다. ‘천호식품’이라는 기업은 출산 장녀 정책 및 분위기 조성에 특화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기업 이미지 및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 지역기업 중에서 이런 기업이 얼마나 될까. 행사의 후원과 기업 이미지가 연결되어 소비자를 감동하게 할 수 없을까. 부산 지역기업이 고민할 시간이다.
부산지역 대부분의 행사에서 내빈이 인사말 또는 축사를 한다.
부산시장, 시의회의장, 교육감, 상공회의소회장 순으로 인사말을 한다. 굳이 4분 모두 참석하지 않아도 될 행사에 참석하여 네 분 다 축사를 한다. 주최자와 다른 내빈이 인사말을 하는 경우 인사말이 행사의 주(主)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인사말이나 축사의 내용도 참석 내빈 소개, 행사 취지, 기관의 협조 등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내빈들은 바쁜 일정을 핑계로 먼저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후로 행사는 김이 빠진 맥주 신세다.
내가 본 30여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미안하게도 지금의 사람들이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