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S – [Last Bell]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가장 핫했던 남자 아이돌을 꼽자면 단연 TWS(이하 투어스)가 떠오른다. 데뷔 타이틀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보이 그룹의 데뷔곡으로서는 역대 멜론 연간 차트 최초로 1위를 달성했으며, MAMA와 골든디스크를 비롯한 연말 시상식에 이름을 올리며 신인 그룹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듣기 쉬운 음악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두 요소의 시너지는 그저 투어스만의 신드롬에서 나아가, 한동안 보이 그룹들이 꿈꾸지 못했던 대중성이라는 논제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관된 브랜딩으로 1년 만에 청량 콘셉트의 대명사가 된 투어스는 총 3개의 앨범을 통해 성장하는 청춘의 한 챕터를 보여주었다. 학창 시절의 중요한 시기들을 소재로 한 이들의 앨범은 큰 교내 행사가 있는 시즌에 맞추어 발매되었는데, 새 학기의 설렘과 긴장을 담아낸 미니 1집 [Sparkling Blue](24년 1월 말 발매)과 여름방학에 쌓아가는 소중한 추억을 노래한 미니 2집 [SUMMER BEAT!](24년 6월 말 발매)에 이어, 첫 싱글 앨범 [Last Bell]은 연말이라는 시기에 어우러지는 졸업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첫 만남부터 졸업까지, 성공적인 데뷔 첫해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마지막 축제’는 투어스의 새로운 감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싱글 1집의 제목 [Last Bell]의 타이틀곡 ‘마지막 축제’는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 정규 2집의 수록곡 ‘마지막 축제’의 시놉시스에서 착안한다. 헤어짐을 앞두고 한 사람만을 위한 축제를 준비한다는 얼개를 이어받아, 졸업 연극을 준비하는 투어스의 빛나는 순간을 앨범 프로모션 전체에 녹여낸 것이다. “우리 따뜻했던 마음 기억해 줘”와 같이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활용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투어스의 정체성인 청량한 사운드를 더해 이들만의 색다른 축제를 완성한다.
매 앨범 즐거운 일상 속 맑은 청춘들의 우정을 노래했던 투어스는 [Last Bell]을 통해 조금 더 커버린 모습으로 첫사랑과 설렘, 그 아련한 감정을 담아낸다. 먼저 공개된 오피셜 포토에서도 소년 같은 모습보다는 학창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선배’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투어스의 아이덴티티 중 하나인 푸른색을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지금까지 투어스의 앨범에서 빠지지 않았던 푸른 톤을 전체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플래시 라이트를 활용하여 사뭇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 청량하고 순수한 모습보다는 어딘가 멀게 느껴지는, 무심한 느낌의 인물을 연출하여 그때 그 시절 쉽게 말을 걸지 못했던, 첫사랑의 상대를 표현했다.
두 번째로 공개된 오피셜 포토 또한 첫사랑의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 ‘러브레터(1995)’가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한 맑고 투명한 비주얼과 함께 글로시하게 표현된 멤버들의 눈가를 조명하여, 이전 콘셉트와는 완전히 다른, 청초하고 아련한 투어스를 보여준다.
두 가지 버전의 오피셜 포토들은 공통적으로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데, ‘누군가의 첫사랑이 된 투어스’와, ‘아련한 첫사랑을 겪은 투어스’를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첫사랑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설렘과 아련함이라는 두 가지 감정을 모두 다루며, 이번에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투어스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오피셜 포토는 본래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함께 어느새 훌쩍 커버린 소년들의 새로운 감성까지를 담아냈다.
반면, 타이틀곡 ‘마지막 축제’의 뮤직비디오는 사뭇 아쉽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투어스는 뮤직비디오에 일본의 하이틴 클리셰들을 차용해 왔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의 입학식 속, 신입생 대표로 선서를 하는 신유의 모습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지점이다. ‘내가 S면 넌 나의 N이 되어줘’에서도 일본 드라마에서 볼 법한 응원단의 모습, 애니메이션 같은 연출이 돋보인다. 이 외에도 투어스의 뮤직비디오에 항상 등장하는 ‘학교 옥상’도 우리에게 완전히 익숙한 공간은 아닌데, 순정 만화 같은 일본의 하이틴 콘텐츠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투어스는 온전한 K-하이틴을 담아내기보다는, 조금 더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일본의 이미지들을 첨가해 왔다.
‘마지막 축제’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직접적이고 강하게 드러난다. 먼저, 졸업을 앞두고 한 겨울밤의 꿈이라는 마지막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설정 자체가 그렇다. 일반적인 한국의 고등학교 축제나 졸업식 문화를 떠올린다면 다소 낯설게 다가오는 이 설정이 콘텐츠 전체에 깔리며 완전히 낭만적인 분위기는 완성했을지라도, 공감이라는 투어스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거리감은 조명의 차이에서도 느껴진다. 투어스의 독보적인 무드에 가장 큰 역할을 해 온 것은 바로 ‘자연광’이다. 맑고 청명한 하늘 아래 반짝이는 소년들을 담아 내온 이전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자연광보다는 ‘노란빛의 무대 조명’이 더욱 강조된다. 연극이라는 소재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함과 동시에 아련한 감성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이지만, 그 때문에 투어스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작들에서 분위기 연출의 장치로서 뮤직비디오 내 몇몇 장면에만 일본 하이틴 클리셰를 첨가했다면, 이번에는 앨범의 커다란 설정 자체부터 영상 콘텐츠의 디테일한 연출까지를 채우고 있다. 이 차이로 인해 ‘마지막 축제’ 뮤직비디오는 우리가 겪었던 졸업과 첫사랑이 아니라 완전히 별개의, 이들만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투어스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시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선이라는 일관된 브랜딩과 들어맞지 않는 불분명한 콘셉트가 아쉬움을 남긴다.
2024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완성한 ‘학교 시리즈’는 곧 투어스의 성장과도 맞물려, 1년여의 시간 동안 성장한 청춘의 모습을 드러내고자 했다. 완성도 높은 청량 콘셉트의 남자 아이돌 시장이 비어 있던 상황에서 투어스는 이를 완벽하게 파고든 기획으로 데뷔와 동시에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복되는 IP의 반복적인 소비는 위험도가 높다. 당장 미니 2집에서부터 비슷한 음악과 콘셉트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상황에서, 유사한 콘셉트를 이어가는 것과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 둘 중 하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Last Bell]은 그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의도로 기획되었을 것이다.
투어스는 ‘졸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금까지 이어왔던 ‘학교’ 콘셉트를 마무리하는 느낌을 주면서도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했다. 다만 이러한 마무리 자체가 너무 이르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데뷔와 함께 대중성은 잡았으나 코어 팬덤이 자리 잡기에는 짧은 시간이었기에, 반드시 변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또한 막내 경민의 경우, 아직 졸업을 앞두지 않은 나이라는 점에서 자전적인 시점이라 보기에도 맞지 않는다. 강렬하게 남은 마지막, 졸업이라는 워딩은 이들만의 스쿨 청량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투어스는 더 이상 학교로 돌아갈 수 없다. 청량 하이틴 콘셉트를 벗어던지기에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담아낼 수 있는 소재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새로이 도전할 콘셉트와 텍스트가 과연 ‘첫 만남 신드롬’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변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진 않았을지 아쉬움이 남는다.
by. 별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