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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혁 - [EXPLORER]

by 고멘트 Feb 08. 2025

20년이라는 세월은 K-POP씬에서도 굉장히 아득한 시간이다. 1996년 H.O.T의 등장을 생각해 보면,우리가 즐기는 K-POP 아이돌 문화는 사실상 30년밖에 안 됐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긴 시간 동안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한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2세대 아이돌을 대표하는 슈퍼주니어의 메인 댄서 은혁이다. 단체 활동뿐만 아니라 슈퍼주니어 D&E를 통해서도 지속적인 음악 활동을 펼쳐오던 그가, 드디어 첫 솔로 앨범 [EXPLORER]에 대해서 발표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솔로 앨범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신인가수(?)가 들고 온 확실한 향수


은혁 - [EXPLORER]은혁 - [EXPLORER]

 앨범 아트워크에서부터 Y2K 무드와 90년대의 바이브가 물씬 느껴진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왜 하필 이러한 무드를 가져왔는가?”이다. 생각건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Y2K 붐을 반영해 현세대에게 힙한 무드를 선사하는 동시에, 같은 세대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레트로토피아’를 불러일으키려 했던 의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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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앨범을 구성하는 비주얼 또한 그 시대의 감성을 충실히 반영한다.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무드를 담아낸 컨셉 포토와 구시대 플레이리스트를 형상화한 트랙리스트 포토, CRT 모니터를 형상화한 피지컬 앨범, 아이리버 MP3·다마고치를 모티브로 한 키링 앨범, 뿐만 아니라 타이틀 ‘UP N DOWN’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동두천 뒷골목을 배경으로 VHS 연출까지 담아내며 90년대의 무드를 일관되고 재치 있게 구현해 냈다.

은혁 - UP N DOWN (M/V)

그는 지난 27일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쉽고, 단순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90년대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고, 의도처럼 앨범은 경쾌하고 밝은 무드는 물론 직관적인 가사로 쓰여져 있다. 예능과 그룹 활동을 통해 긴 시간 동안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쌓았던 은혁을 생각했을 때, 그 시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앨범의 요소와 직관적인 가사는 “은혁스러움”을 증명하는 깔끔한 첫 출발이라고 생각된다.



2. 명확한 지향점, 그럼에도 아쉬운 이유

 이토록 명쾌하고 재치 있는 기획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쉬운 이유는 음악적 선택이다. [EXPLORER]라는 앨범명은 그의 “음악적 탐험”을 선보여줄 것을 예고한다. 특히 20년 만에 제대로 선보이는 첫 솔로 EP인 만큼, 그간 제대로 못 보여줬던 무드를 확실히 선사할 기회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트로 트랙을 제외하면 앨범의 절반 이상이 뉴 잭 스윙 사운드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전개된다. 이에 은혁이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적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장르의 선택을 수록곡에서라도 시도했더라면 더욱 풍부한 앨범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필자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테면 설레는 감정을 탁월하게 담아낸 디스코 트랙 ‘You & I’, 앨범 무드와는 거리감이 있지만 은혁이라는 아티스트의 세계를 넓히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센치한 감성의 R&B 트랙 ‘있을까’와 같은 시도 말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확실한 향수라는 이점이 지나치게 음악을 잡아먹는다면, 결국 현시대에 이 앨범을 전개하는 이유가 추억과 감성의 호소로 설명될 수밖에 없게 된다. 강렬하고 펑키한 드럼 사운드 · 오케스트라 힛츠 · 무그 베이스 · 화려한 신디사이저 리드 · 댄스 브레이크 등 당대 음악을 화려하게 구현하는 것보다, 아티스트만의 강점과 현시대의 세련된 무드를 잘 담아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허나 부드러운 리듬 전환과 현대적인 느낌이 잘 조화된 ‘Step By Step’과 멜로우한 신스와 보컬 레이어가 돋보이는 ‘Second Chances’를 제외하면, 앞선 뉴 잭 스윙 트랙들은 90년대에 보내는 헌사에 가깝게 느껴진다.


정리하자면, 이번 앨범 주요 타깃이 젊은 층보다 자신과 같은 시대의 향수를 공유하는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는 기획의 방향성은 이해가 되지만, 솔로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영역을 넓히고 20년 동안 보여주지 못한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3. "나 아직 쌩쌩하다."를 증명하기 위해선

브런치 글 이미지 6

 곧,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그의 첫 솔로 앨범의 기조는 “음악적 탐험”이 아닌, “확실한 준비 완료”로 쓰이는 게 더욱 중요하지 않았을까. 슈퍼주니어 활동을 거쳐오며 올라운더로 거듭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냉정한 시선에서 봤을 때, “춤”으로 각인된 대중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제틱함을 거둬내고, 은혁만의 매력 있는 팔세토 창법 혹은 보다 더 진중한 가사를 담아냈다면 음악적 역량 검증과 더불어 대중의 인식 개선을 이뤄낼 수 있지 않았을까. 동시대를 살아갔던 동료·후배 아티스트들이 솔로 활동을 통해 본인을 증명해 내고 정의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은 아쉬운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새로운 출발인 만큼 섣불리 재단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홀로 무대에 나서는 부담감과 세대 차이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까. 오히려 그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두가 끝났다고 알고 있지만 아직 운영되고 있는 웹 브라우저 Internet Explorer처럼, “아직 서비스 종료가 안 됐다.”라는 [EXPLORER]만의 의도는 명확히 전달됐다. 그럼에도 남겨진 숙제는, 다음 앨범에서는 그가 어떤 측면에서라도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by. 윈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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