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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수수께끼'인 첫걸음

 Hearts2Hearts (하츠투하츠) - ‘The Chase’

by 고멘트 Mar 10. 2025

'온통 수수께끼'인 첫걸음

Hearts2Hearts (하츠투하츠)  – ‘The Chase’ 



1. 30주년을 맞이한 SM의 새로운 걸그룹, ‘하츠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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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에서 2020년 에스파의 데뷔 이후 4년 3개월 만에 새로운 걸그룹 ‘하츠투하츠’를 론칭했다. 지난 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MTOWN LIVE 2025>에서 트레일러 영상과 함께 하츠투하츠의 데뷔가 공개되었는데, 소녀시대 이후 오랜만의 다인원 걸그룹이라는 점에서 핑크블러드를 포함한 많은 케이팝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소녀시대의 9명(데뷔 당시)보다 한 명이 줄어든 8인조이긴 하지만, 다인원 걸그룹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하츠투하츠가 다인원 걸그룹의 또다른 지평을 열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인원 구성 중에서 ‘8’인조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8인조는 퍼포먼스를 구성하기에 그리 유리한 인원수는 아니다. 7명(3-1-3)이나 9명(4-1-4)의 구성은 센터를 중심으로 어떻게 위치시켜도 대칭을 이루어 대형이 안정적이지만, 짝수인 8명은 한 명의 인원이 가려지거나 겹쳐 보이는 등 불안정한 부분이 있다. 에스파처럼 콤팩트한 인원이라면 일렬을 활용하거나 아예 인원수를 추가해 댄서를 동원하는 등의 해결책이 있지만, 다인원이라면 더욱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물론 SM은 소녀시대의 ‘You Think’나 ‘All Night’ 등에서 여덟 멤버의 화려하고 복잡한 동선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만들어 낸 경험이 있으니 그 선택지가 가능했을 것이다. 


현재 ‘뉴-아-에(뉴진스-아이브-에스파)’라 불리는 4세대 걸그룹의 삼파전 상황에서 5세대 걸그룹이라 명명되는 베이비몬스터나 아일릿이 등장했고, 대중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에스파의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SM으로 향했다. 근래 세대의 경쟁이 시작될 때쯤 알린 하츠투하츠의 데뷔는 그 은근한 기대를 확실히 충족시키는 좋은 타이밍이었으며, SM의 강한 포부가 느껴지기도 했다. 



2. SM이긴 한데, 순한 맛: 싱글 ‘The Ch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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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투하츠의 데뷔 싱글 ‘The Chase’를 듣자마자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슴슴하거나, 심심하다는 점. SM의 아티스트들은 데뷔곡으로 항상 강렬하거나 인상적인 음악을 택해왔다. 직속 선배 걸그룹들의 데뷔곡을 살펴보면,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칼군무 (다시 만난 세계), 감탄사로만 이루어진 후렴 (라차타), 웬디의 ‘Shine On Me’ (행복), 뱀을 연상케하는 강렬한 안무 (Black Mamba) 등 곡의 유려함보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데에 집중해왔다. 


https://youtu.be/kxUA2wwYiME?si=EwZPl8L0e9vo6SQ3

하지만 타이틀곡 ‘The Chase’는 SM의 모든 데뷔를 통틀어 가장 순하고 부드럽다. 콘셉트 포토와 뮤직비디오는 파스텔 톤을 주로 사용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소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음악 또한 SM식 강렬한 한 방보다는 아기자기한 표현으로 감정선을 그리며 몽환 콘셉트를 이어간다. 곡은 시작하자마자 둔탁한 베이스 사운드가 흘러나오며 분위기를 무겁게 잡는데, 그에 비해 멜로디는 잔잔하고 가볍게 진행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언밸런스함에 적응될 때쯤 벨 소리와 함께 리듬이 잘게 쪼개지며 장면을 전환하고 후렴으로 돌입할 준비를 한다. 캐치프레이즈인 ‘I love the way you love the chase’ 이후 갑자기 안티드롭의 미니멀한 사운드로 틀어버리는 구성을 보인다. 과감하게 멜로디를 삭제해버린 후렴에는 무심한 듯 툭툭 챈트를 던지고 이 구성이 한 번 더 반복될 때쯤 화음을 겹겹히 쌓은 부드러운 애드리브 라인이 더해지며 또 한 번 분위기를 전환한다. 이 차분한 진행 속에서도 ‘Chalky chalky’, ‘Jingle jingle’ 등의 동어 반복으로 귀에 남는 파트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방식의 변주를 주며 곡 안에서 어떻게든 나름의 완급조절을 시도하고 있다.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곡이다. 물론 여백의 미와 확실한 각인은 양립할 수 없는 듯하다. 심심하고 무난한 트랙, 즉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감상을 떨칠 수는 없다. 이 애매한 감상이 자꾸 노래를 리플레이하게 만드는 힘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결국 ‘만족’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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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말하는 ‘대형 기획사의 맛’은 퍼포먼스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리 댄서블한 음악이 아님에도 리듬감을 살린 안무의 디테일이 살아있으며 8인조 대형의 불안정함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멤버 간 군무의 합 역시 완벽에 가깝다. 안무의 속도나 완급 조절, 텍스처 등을 모두 맞춰놓았고, 멤버 전원의 안무 컨트롤 능력이 훌륭해 몰입감이 뛰어나다. 지난했을 연습량이 느껴지는 퍼포먼스다. 앞으로 소녀시대를 잇는 또 하나의 좋은 다인원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https://youtu.be/hJ9Wp3PO3c8?si=25kJm86YANepXxpy

하지만 왠지 모르게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속 시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걸 수록곡을 듣고 실감하게 된다. 하츠투하츠의 데뷔를 접하고부터 가장 우려했던 점은 SM의 선배 걸그룹들과의 차별화였다. 라이즈가 샤이니나 NCT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것처럼, 하츠투하츠도 선배 그룹과의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미디움 템포의 알앤비 장르, 몽환적인 분위기의 사운드와 베이스를 강조한 부분, 부드럽게 믹싱 된 멤버들의 떼창은 단번에 레드벨벳이나 에스파의 수록곡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아직 싱글 한 장뿐이긴 하지만, 수록곡의 방향성에 대한 부분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3. 그래서 하츠투하츠는 어떤 걸그룹이 되려는 걸까

 

데뷔 싱글만 놓고 본다면 하츠투하츠는 몽환적인 콘셉트의 걸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몽환 콘셉트를 기조로 이어나간다면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아무래도 멤버들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소녀’ 콘셉트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고, 연차가 쌓일수록 대중과 아티스트 모두 좀 더 완숙된 이미지와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에프엑스나 레드벨벳은 하나의 앨범 콘셉트로 차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고, 몽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마이걸 역시 중후반부부터는 조금 더 성숙하거나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쉽고 빠르게 각인되는 강렬한 콘셉트를 내세우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현 세대의 흐름을 어느 정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모습을 많이 드러내 팬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 음악 자체의 감성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이다. 다만 ‘The Chase’의 콘셉트 포토나 뮤직비디오의 문법은 SM 내에서 많이 보여주었던 그림이기도 하고, 현 세대의 뉴진스나 아일릿과도 교집합이 존재한다. 안무 소화력과 군무의 합은 미야오나 이즈나,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은 베이비몬스터가 틀어쥐고 있는 상황이기에 하츠투하츠만의 아이덴티티 수립이 필수적이다. 지금의 데뷔 싱글보다 다음 앨범에서의 성과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소녀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다인원 구성, 에프엑스와 레드벨벳 사이의 몽환적인 분위기, SM 특유의 디테일한 안무 디렉팅 등 다양한 SM의 전략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그 ‘순한 맛’ 때문에 가장 SM 같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곡의 특성상 단번에 꽂히지 않고 이른바 ‘후중독’ 스타일의 음악이기 때문에 음원차트에서도 서서히 순위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가장 가까운 세대인 에스파와 비교했을 때도 전혀 다른 전략으로 이 팀을 론칭하고 있다. ‘온통 수수께끼’처럼 느껴지는 데뷔다. 이 전략이 성공적인지의 여부는 앞으로의 하츠투하츠에게 달렸다. SM은 다음 앨범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모를리 없다. ‘Gee’, ‘Ice Cream Cake’, ‘Next Level’과 같은 그들의 새로운 이름표가 점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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