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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Jun 04. 2023

도쿄 카페투어(26) - Fuglen Tokyo

도쿄 카페투어(26) - 푸글렌 도쿄

도쿄 카페투어(26) - Fuglen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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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1 Chome-16-11 Tomigaya, Shibuya City, Tokyo 151-0063

영업시간 : 07:00 ~ 22:00(월~화) // 07:00 ~ 24:00(수~일)

메뉴 : 아이스 아메리카노 (¥580) // Pain Aux Raisins (¥520) // 아이스 카페라떼 (¥690)

방문일 : 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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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카페 한 곳만 가라고 한다면 나는 당연히 푸글렌을 갈 것이다. 아사쿠사와 하네기점과 도쿄점이 있지만 무조건 도쿄점을 갈 것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마셔본 싱글로 내린 아메리카노이자 라이트 로스팅의 커피를 처음 접해본 곳이다. 여러모로 처음으로 하는 경험을 나에게 많이 제공해 준 곳이다. 그리고 일단 나는 산미가 강한 걸 좋아하는데 그에 너무나도 걸맞기 때문에 내 취향이다. 어쭙잖게 산미를 내는 게 아니라서 좋다. 그렇다고 산미만 강한 것도 아니다. 가끔 산미가 일품이라고 하는 커피를 마셔보면 산미만 있을 뿐 그 어떤 맛도 없고 가볍거나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푸글렌은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바디감을 가지고 간다. 

4년 전에 이미 푸글렌에서 찍을 사진들은 다 찍었기 때문에 오픈런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포스팅을 위해 오픈런을 할까도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느끼지 못했기에 적당히 일어나서 매장에 방문했다. 소파에 앉고 싶었지만 여전히 소파 자리는 인기가 많았으며 내부에 내가 앉을 수 있는 자리도 겨우 한자리가 있었다. 역시나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다만 현지인보다는 외국인들이 많고 그중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라는 점.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도쿄 여행 필수 방문 코스인 푸글렌이다. 몇 년이 지났어도 변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매력이 있긴 한가 보다. 나 또한 도쿄점만 3번을 갔으니 말 다 했지.


커피만 마시기엔 아쉬워서 크로와상은 저번에 먹어봐서 패스츄리 같이 생긴 걸 주문을 했다. 시작은 당연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범한 페스츄리라고 하기엔 안에 건포도가 들어가 있고 말랑말랑하다. 바삭한 페스츄리를 생각하고 주문하면 실망할 것이다. 그래도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워낙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들이 많아서 기대하고 먹으면 좀 아쉬울 거 같다. 그냥 커피랑 곁들이기 괜찮은 수준? 


계산하는 곳 바로 옆에 앉았는데 안에서 일하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단 직원들 간의 합이 굉장히 좋고 누가 봐도 일을 한지 오래된 게 느껴진다. 그게 아니라면 일머리가 굉장히 좋다는 것. 그리고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기에 효율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서비스는 제대로 챙기는 게 포인트다.


일단 줄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기다리는 사람에게 메뉴를 물어보고 커피를 준비한다. 그러면 옆에서 계산하는 사람이 메뉴를 듣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한 번 확인하고 음료를 바로 나간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단축한다. 그리고 여긴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아닌 그 흔한 진동벨도 없고 메뉴를 불러주거나 옆에 서서 메뉴가 나오면 바로 가지고 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 같다. 일단 멀티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의 방식이라고 본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일반적인 카페와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 보통 줄을 서게 된다면 커피 머신이 있는 곳의 반대편에서 줄을 서게 되는데 여기는 의도한 건지 반대로 되어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픽업대가 따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아쉽겠지만 바 구조는 평범하나 손님들이 줄을 서는 방향은 한국과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계산해 주는 사람이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서 멈추라고 얘기한다. 각자가 선호하는 물의 양이 다르니까. 그리고 종종 적게 달라고 하거나 반만 달라고 하는데 그걸 맞추기가 어렵다. 결국 일을 두 번 하게 되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해 처음부터 손님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 같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




접시를 진열하는 건 다른 지점들도 마찬가지다. 푸글렌의 컨셉인 것인가?

저녁에는 바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6시 정도가 되면 실내의 조명을 어둡게 한다. 밝게 하면 바의 분위기가 안 나니까 아무래도 그런 게 아닐까? 정말 다양한 종류의 술들이 있다. 저녁에 한 번 갔는데 어두침침해서 그냥 커피만 포장해서 나왔다. 애초에 술을 마시러 간 것도 아니고 자리도 없기도 했어서. 근데 밤엔 사람이 더 많다. 분위기가 확실히 좋긴 한데 진짜 바글바글하다. 가뜩이나 내부가 좁은데 거기에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근데 저녁에는 서양 사람들이 많다. 다들 어디에 있다가 오는 걸까? 

참고로 핸드 드립은 판매하지 않지만 메뉴판에는 있다. 그건 바로 에어로프레스라는 것. 국내에서 정말 만나기 어려운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다. 거의 사이폰 커피만큼 만나기 어려운 커피. 근데 나는 마셔보지 않았다. 왜냐면 집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고 있으며 원두 또한 판매 중이다. 원두는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한데 배송비가 10,000원이라서 살 계획이 있다면 사서 오자.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추천하는 카페는 아니다. 어쩌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며 내부가 협소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에 가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종종 캐리어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진짜 비좁아서 캐리어가 짐이다. 차라리 첫날에 오거나 숙소 체크 아웃 전에 잠깐 들리는 게 어쩌면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침 7시부터 여니까. 


글을 쓰고 있으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카페가 또 있을까 싶다. 참고로 국내에도 푸글렌 원두를 받아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가 있는데 정말 추천하지 않는다. 거긴 아니다. 푸글렌처럼 원두가 자주 바뀌는 것도 아니고 갔을 때 과테말라랑 브라질 원두 중 하나 선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에티오피아는 언제 들어오냐고 물어보니 모른다 하며 원두 바뀌는 주기는 대략 4~6개월이라고 했다. 근데 그 또한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을 하는 손님이 내가 처음이었던 거 같았다. 직원분이 굉장히 당황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원두만 받아서 쓰지 그냥 일반적인 카페다. 푸글렌 원두를 맛볼 수 있다는 마케팅을 하고 있을 뿐. 전혀 푸글렌의 감성을 느낄 수도 없고 푸글렌 커피의 맛 또한 전혀 느낄 수 없다. 


아무튼, 국내에서 접한 게 푸글렌의 맛이라고 생각한다면 절대 안 되고 도쿄에 직접 가야 한다는 것 아니면 오슬로에 가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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