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에게
명절의 시작이구나!
어떻게 휴일을 보내고 있니?
창밖으로는 폭설 주의보. 밤을 새하얗게 메울 만큼 눈이 내린다.
두 번째 새해가 오고 있어.
마지막으로 네게 편지를 써 보내기에 좋은 날인가도 싶다.
눈길을 걷고 들어오니 청바지 끝단이 축축했어. 겉옷에도 곳곳에 눈이 묻었지. 아직 나의 메일함에는 이런 눈송이가 남아 있다. 암스테르담 레코드 샵에 새 음반이 들어왔단 소식, 네덜란드 슈퍼마켓의 대할인 기간이 시작됐단 소식, 일 년간 애용했던 박물관 구독권을 갱신하라는 소식…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처럼 메일을 보내와. 툭툭 닦아내고 털어 내기에는 마음이 아쉬워. 날이 개고 자연히 천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듯 한동안은 메일을 받아보려고.
네게 편지 쓰기를 그만두고 나면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느껴지려나, 암스테르담에서의 시간은 디지털 문서 몇 개로, 수신함에 쌓인 메일 몇 개로 압축돼 저장되고 마려나.
돌아가 2024년 1월 29일, 오늘로부터 거의 일 년 전. 암스테르담에 착륙하고 호텔 방에서 편지를 쓰던 순간을 기억해. 나는 그때 이렇게 썼어.
그런데도 편지는 편지이기 때문에 어떤 얘기든 간에 서로에 호흡하는 일이 되는 것 아니겠니. 나는 모든 편지가 봉투가 뜯기는 순간에 이렇게 말한다고 믿거든. 여태껏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네게 해줄게. 편지에는 모든 이야기가 둘 사이에서만 맴돈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어. 우리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네게 솔직한 글을 쓰고 싶었어. 네게 솔직하다는 건 나 자신에게 먼저 솔직해지는 일이었고, 그건 내 마음을 투명하게 뚫어져라 바라보아야 한다는 이야기. 쓰다가 덜컥 무서워져 문장을 도로 지운 적이 가끔 있었어. 열린 너… 그러니까 _에게, 그리고 수많은 이름에게 편지를 쓰면서 나는 ‘너’를 빼놓고 나에 관한 편지를 쓰기도 했지. 그렇지만 몇 번의 곡절과 실수를 지나면서 너를 향해 얘기하려 했어. 나의 삶이 너를 향한다면, 혹은 나의 시선이 내 삶만을 관통하더라도 끝에 너에게 다다른다면, 우리는 어떤 연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 글 끝에는 눈처럼 소복이 쌓이는, 혹은 소매 끝단을 적시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바랐어.
있지, 일 년 동안 암스테르담에서 지내면서 어느 날 적응이 다 끝나 더 이상 긴장이 되지 않는 순간이 있었어. 몸도 마음도 느슨하게 느껴졌지. 그게 지루할 때도 당연히 있었어. 하지만 편지를 쓰면, 쓰기 전에 뭐라 쓸지, 아니 쓰기보단 말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하면, 별난 구석 없던 한 주도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예상치 못한 순간 메일함에 너의 답신이 날아들 때면, 시공간으로부터 빠져나와 편지에 심취해 읽었어. 너와 나 둘만을 앉혀 두고 시작되는 편지, 그곳에서 우리 존재는 선명해지고 충만해져.
그간 보낸 편지와 받은 편지를 모조리 다시 읽었더니 아주 길었던 대화를 끝마치는 기분이 들어. 옛날 옛적 우편으로 겨우 소식을 주고받던 시절에는 한 통 받아 보는 데 몇 달이고 걸렸다니까, 이 시대에 마지막 편지라는 말은 긴 인생에 지나치게 비장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 그래도 당분간 안녕, 매주 월요일 꼬박꼬박 써 보내는 일은 당분간 그만이니 마지막이라 이름 붙일래. 이 시간이 벌써부터 그리워져 말을 자꾸 얹게 되네. 이제 줄여야겠다.
네게 이렇게 편지 부친다.
새해 복 많이 받으렴.
다시 편지할게.
잠시 안녕.
P.S.
편지 시작에 영감을 준 A 언니와 S 언니에게,
그리고 그간 등장한 수많은 알파벳에게 스페셜 땡스투를 보냅니다.
2025년 1월 27일 22시 19분
암스테르담이 아닌 곳에서
깊은 애정과 감사를 담아,
가을
답신은 언제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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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상 항공서간 Volume 11 - 2025 JAN 27th
발행인 김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