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부모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요새는 아이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다.
아이가 미워한다면 최고의 요새라도 부모를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평소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줬다면 아이는 부모를 미워하지 않는다.
안정된 가정이란 전제 하에 옳은 일과 그른 일을 구분 지어 명확히 알려줬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알려준 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때 혼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서는 안 된다.
어릴 적 부모님 속을 엄청 썩인 고종사촌 동생이 있다.
고모와 고모부는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다퉜다. 그러한 영향 탓인지 어느 순간부터 사촌동생이 고등학교를 빠지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고모와 고모부는 가출한 사촌동생을 찾아 역, 놀이터, 공원을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지난 고모의 생신 날 친척들이 다 같이 모였다.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이런 말씀을 꺼내셨다.
“한창 우리 아들이 방황할 때 담임선생님 집에 찾아간 적이 있지. 제발 퇴학처리는 안된다고 선생님 앞에서 무릎 꿇고 빌었다.”
갑작스런 고모의 말씀에 친척 모두 깜짝 놀랐다.
당시 말을 듣지 않는 사촌동생을 매로 때리고 혼내기도 하며 누구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식은 알지 못하는 부모의 조용한 희생이 집집마다 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사촌동생이 하는 말이 더 인상적이었다.
“고등학교 때 매일 싸우는 부모님이 미웠고 친구들이 더 좋았어.”
“그래도 이거 하나! 우리 엄마가 나를 믿는다는 건 알았지.”
사촌동생은 당시 방황의 여파로 대학을 가진 못했다.
대신 자신을 믿어줬던 부모님에게 보란 듯이,
맨 손으로 일군 3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대표가 되었다.
게다가 부모를 살뜰하게 챙기는 효자로 소문 나 있다.
당시 문제를 일으키는 사촌동생을 끝까지 의심하며 나무라기만 했다면 지금의 동생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받는 부모보다 엄한 부모가 되는 것이 낫다.
부모는 당당하고 진지해야 한다.
엄한 부모 앞에서는 아이가 함부로 잘못을 저지르지 못한다.
잘못을 하면 반드시 그 대가로 벌을 받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이 약한 부모 앞에서 아이는 잘못을 쉽게 저지르고 반성조차 하지 않기도 한다. 아직 어린 아이라서가 아니다. 다 큰 어른들 세상을 보자. 회사에서 쉽게 허용하는 착한 팀장보다 엄격하고 당당한 팀장의 말을 부하직원이 더 잘 듣지 않던가?
사랑은 부모가 먼저 주면 된다.
사랑받는 부모가 되고자 아이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직접 듣지 않아도 마음으로 알 수 있었다는 걸 기억하자.
혼낸 후 ‘사랑한다.’ 는 말을 다급히 해 주지 않아도 된다.
엄할 때는 담백하게 엄히 다스리는 시간만 있어야 한다.
애정 표현을 바로 하기보다 반성 후 천천히 진행해도 괜찮다.
부모가 당당하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시간 동안 아이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간혹 부모가 남들 앞에서 우스갯소리 삼아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집 대장은 00(아이이름)야.”
아이 앞에서 이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집 대장은 부모다. 아이는 대장을 따르는 부하다. 대장이 통솔하고 엄격히 관리하며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부모에게 충성한다. 부모에게 충성한다는 단어에 반감을 갖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한국의 육아는 부모의 희생만 강조하지 부모의 권위는 함락된 상태다.
부모는 아이가 아무리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려 해도 공고히 지켜내는 성이 되어야 한다. 부모의 ‘권위’ 라는 성 안에는 부모만의 육아철학이 세워져 있고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아 안정적인 곳이어야 한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이자 소아과 전문의 하정훈 역시 부모의 권위를 강조한다.(대기자TV 유튜브)
“자연적인 동물의 세계에서는 위계질서가 존재합니다.
부모는 권위가 있고 집안의 규칙이 있고 아이에게는 한계를 명확히 정해줘야 합니다.
아이는 자신을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게 생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 스스로 인생을 고맙게 생각해야 감사한 줄 아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부모는 아이에게 뭔가를 해줄 때 당당해야 합니다.
아이가 고맙게 생각하도록 해준 것에 대해 명시해줘야 합니다.
“우리 아빠한테 일러 줄 거야!”
부모가 권위가 있으면 아이는 밖에 나가서 이렇게 큰소리를 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요즘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못 보지 않았나요?
아이가 대장인데 누구한테 이르나요? 이를 사람이 집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권위가 사라진 가정은 쉽게 무너진다.
다시 쌓으려면 그 시간은 길고 험난하기만 할 것이다.
학교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권위가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더 민주적, 이상적인 느낌이고 허용적인 가정일수록 태도가 엉망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이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가 받아줄수록 아이는 더 과도하게 요구할 뿐이다.
부모의 삶을 먼저 챙기자.
부모가 자신만의 태양을 보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면 아이는 해바라기처럼 그 모습을 따라 움직이며 스스로의 힘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