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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도담 Oct 30. 2022

우리 아이의 집은 어디 있을까

도담도담 공익 프로젝트



피해자국선변호사 일은 크게 성범죄피해자와 아동학대피해자의 법률조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무렵에는 성범죄피해자가 더 많았는데, 그 후 몇 년 뒤부터 코로나가 시작되기까지 아동학대 사건이 성범죄 사건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한 편의 또는 그 이상의 글로 이야기할 테지만, 당시 우리 도담도담의 공익프로젝트는 여성가족개발원 소모임 선정으로 아동학대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고 해당 연구는 추후  청년변호사 우수 공익 프로젝트로도 뽑히게 되었습니다.

 



 경찰청에서 한 아이의 피해자국선변호사로 선정해도 되겠냐는 전화를 받았고, 그때는 그저 그 아이가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오게 되어 보호가 필요한 아이라고만 전해 들었습니다.
 


처음 아이를 만났을 때, 그 아이가 언론 보도로 유명해진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이에 대한 일은 기사나 방송으로 넘치게 알려져 누구나 몇몇 단어만 이야기하면 알 수 있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수사과정에서 가해자인 친부모들의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었고, 재판에서도 친부모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아 아동학대 범죄로는 굉장히 잘 마무리된 사건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아동학대를 받았던 그 시간에 멈춰있고, 어느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아이는 지적장애와 상세불명의 정신장애 그리고 자폐를 모두 앓고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학대아동피해쉼터에서 지냈는데, 아이를 돌보는데 어려움이 많아 시설에서는 장기 보호가 힘들다고 손을 내저었고 결국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버린 것도 알고 있었고, 부모의 집은 영원히 돌아갈 수 있는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것도 아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을 떠돌며 장기간 지내다 보니 집이라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커졌고, 이는 아이의 상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떻게든 아이의 집을 찾아보려고 애썼습니다.


아이와 관계된 여러 기관들_ 아동보호전문기관, 관할 행정청, 교육청 등 모든 기관에 전화를 하고, 아이의 현재 상태를 이야기하고 도움을 요청했건만..

그 어느 곳에서도 아이가 머물 수 있는 적당한 장소가 없다고만 이야기했지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기쁘게도 아이가 한 장애인시설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도 몇 달 가지 못했습니다.

어렵게 찾은 시설에서도 아이의 이상행동과 난폭행동으로 인해 더 이상 아이를 돌볼 수 없다고 통보했고, 아이는 결국 또 정신병원으로 돌아갔습니다.

 누구보다 아이의 상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마 시설의 탓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시설의 자원과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다른 입소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아이를 맡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친부모가 아이를 방임하고 학대하여 결국 죽음으로까지 내몰 생각으로 외국으로 버렸고, 천만다행으로 운명처럼 한국으로 돌아왔건만 태어난 땅 어디에도 아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한없이 씁쓸하기만 할 뿐입니다.

 

아이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는 우리 아이 말고도 여러 이유로 장기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환자들에게도 저마다 가슴 아픈 사정들이 당연히 있을 것이니, 우리 아이만 마음 아프게 여기는 것도 유난일지 모릅니다.

 

법원의 재판으로 친부모에 대한 처벌은 모두 끝났고, 이후 친부모는 단 한 번도 아이를 찾아온 적이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죽으라고 버린 아이와 다시 살라고 하는 것은 더 말이 안 되는 일일지도요.
그러나 가끔 아이가 병원에서 나갈 수 있다면 부모의 집도 괜찮다는 말을 할 때면 이 아이가 돌아갈 집은 어디에도 없구나 하는 무력감과 허탈감을 느낍니다.

 

아마 앞으로 더 오랫동안 아이의 집은 정신병원일 것입니다. 어쩌면 아이 생에 정신병원 이외의 집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 늦기 전에 사회든, 국가든  이 아이가 머물 수 있는 집을 찾아 주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아이의 병원에 간식 택배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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