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인생 중 근 몇 년간 이렇게나 많은 사람에게 응원을 받은 적이 없었다. 내가 뭘 한다고 하면 "그래, 잘 생각했어. 잘할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덧붙여 "그걸 왜 해?"라며 다시 물어봐준 사람까지 있었다.
남들은 빗물이 지면 속으로 흘러들어가듯 관심사가 깊어져가는 내 모습을 알아챘다. 매일 글 쓰기. 글쟁이가 글을 놓고 살길래 귀찮다고 생각도 들지 않게 짧게 매일 쓰자고 다짐했다. 에디터를 켜놓고 키 하나라도 누르면 성공이었다. 내적으로 수많은 말이 떠돌아다니는 나는 짧게 글을 쓸 줄 몰랐다. 흙바닥에서 아이가 구르듯이 내버려 뒀다. 흙을 퍼먹고 헤헤 웃는 애처럼 글을 와르르 씹어낸 뒤 웃고 있었다.
관심사 설명하기. 오늘 낮엔 체육관에서 옆에 있는 언니에게 "다이어트 한 뒤로 식단에 관심이 생겨서 책도 읽고 있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전했더니 내가 좋아하는 그녀의 눈웃음을 볼 수 있었다. 난 궁금한 게 생기면 영상이 아닌 책부터 찾는 사람이었다. 번역본인 <음식의 미래>를 호주 친구에게 전할 때 원본 서적을 알아보다가 Future Food가 아닌 <Technically Food>가 제목이라는 걸 깨닫고 번역이 그대로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찰나에 깨달았다.
한 순간에 관심 가는 게 바뀌었다. 독서모임을 하며 읽은 <1%를 읽는 힘>에서 미래 식품으로 배양육이 나왔다. '환경을 위해 먹는 고기 양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지, 고기를 대체할 걸 만들 생각은 못 해봤네.'라며 고정관념에 금이 가고 있던 찰나에 식습관까지 더해져 싱크홀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콩고기가 미래 식품이라고 말할 정도까지 각광받지 않지만, 햄버거를 주식처럼 먹는 미국에서는 비욘드미트의 식물성 고기를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전엔 본업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부끄러워했다. 대체 언제쯤 어느 종목의 전문가가 되어 몸값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만 커졌다. 우리가 운운하는 '지름길'을 잡고 싶었다. 큰돈으로 성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과정을 반복하며 나한테는 돈이라는 숫자로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돈으로 독촉하길 멈추고 내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요리조리 깃발 꼽고 다니는 내 모습을 남들이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다. 전문적으로 뛰어나다는 평은 못 받을 거다. 반대로 강아지가 길가 냄새를 맡듯이 뭐 하나 던지면 잘 물고 늘어질 애라는 인식은 있을 거 같다. 양다리 걸치는 내 모습으로도 생을 이어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