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돈으로 관계를 사야 한다. 무료 커뮤니티 모집 글을 보면 이런 말이 꼭 들어있다. 신천지, 종교, 보험 홍보 금지. 독서모임, 등산 모임, 러닝 크루처럼 선한 의도를 갖고 들어간 사람도 목적에 맞지 않는 걸 여러 번 느끼게 되면 혼자 하는 걸로 돌아서게 된다. 이게 나다.
지난 목요일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등산 사진을 보고 궁금하다고 연락 온 호주 사람이 있었다. 한국 여행을 온다기에 몇 군데 꼽아 알려줬다. '나보고 영어 공부하라는 계시다.' 싶어서 오늘까지 연락했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선 차단했다.
아침에는 일상을 공유하는 걸로 시작했다. 저녁에 그는 비트코인을 했다. 나는 법적 규제가 없는 것을 하는 걸 원치 않아서 읽고 답변하지 않았다. 왠지 그가 영어에 능숙했다면 말하지 않았을 거 같은 문장을 몇 개 발견했다. 나랑 수준이 비슷해 보였다. 오늘 낮, 내가 커피챗을 하고 왔다는 말에 그는 "비트코인을 해야 해!"라고 말했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태라 좋은 것만 뽑아 먹었다. '영어를 써야 할 운명이었고 일단 해봤는데 재밌었어. 그래 하면 돼.' 한편, 감정적으로는 속상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일상을 나누고 내 하루가 다른 사람에게 특별해지길 원했다.
몇 달 전 아쉬운 만남이 또 있었다. 체육관에서 만난 그녀는 매일 나에게 운동가냐고 물어보며, 내가 있어 운동을 더 가고 싶단 말을 했다. 밤에 전화도 했다. 어느 날 그녀는 체육관에서 느낀 불만을 토로했고, 나는 이에 "언니가 열심히 하면 되잖아."라고 맞받아쳤다. 그녀한텐 공감이 필요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사이는 되기 싫었다.
멀어졌다. 하지만 그때의 상황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라 탁구대처럼 튕겨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껏 나에게 "~때문에 불만이야. 진짜 짜증나."라고 말하는 사람과 연이 이어진 적이 없었다. 그들은 본인이 바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빨리 만들어진 관계가 좋았던 건 하나도 없었다. 관계의 실패가 누적되며 단기적인 만남이 주는 도파민은 사라졌다. 관계를 빨리 익혀서 무언가 얻어내려는 행보보단, 내가 상대를 알차게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