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30분 안에 밥을 먹고 회사 뒤편 안양천을 걷는 게 습관이었다. 낮 기온 30도가 넘은 뒤 멈췄다. 갔다 오면 열기에 지쳐 오히려 일하는 데 방해되었다. 오늘 더위를 핑계로 밥 먹고 앉아있었더니 금방 졸렸다. 뽕짝음악으로 날 살렸지만, 퇴근길부터 다시 졸렸다. 결국 저녁밥 먹고 30분 약속한 쪽잠을 2시간이나 잤다.
혈당 스파이크를 낮추기 위해 밥 먹은 뒤 산책하라는 말을 작년보다 자주 들었다. 추가로 붙이는 혈당 측정기, 혈당 관리, 당뇨 등 우리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당'의 존재를 다들 의식하려 했다. '우리처럼 젊은 데도 당뇨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 요즘에는 애들 당뇨도 있대.' 같은 말은 줄어들질 않는다.
나이 듦의 증표인 걸까, 아니면 운동하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아쉽게도 사람들은 방식보다 체중계 숫자에 집착했다. 다이어트한다고 방울토마토만 먹거나, 아침/점심은 거르고 저녁엔 폭식하거나, 보조제를 찾았다. 건강해질 리가 없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과서적인 방법은 입문자에게 무시된다. 난 1월에 체지방률이 29%였다가 현재 21%까지 떨어졌다. 근육량은 1.2kg 정도 늘었다. 방법 다 아는 거다. 가공식품 줄이고, 땀이 나는 운동을 주 4회 이상, 달리기 매일, 밀가루 안 먹고, 포만감을 늘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 빠르고 편하게 가는 건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걸 여기서도 느낀다.
걷기로 스파이크를 억누르듯, 우리는 사는 걸 꼭대기까지 찍는 걸 맛보려는 거 같다. 공부도, 운동도, 그림도 뭐든 '이왕 하는 거면 잘해야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별 욕심 없이 단계를 밟았던 것만 아직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 열풍에서도 볼 수 있다. 제로 식품, 요거트 아이스크림, 쿠키 크루아상, 마들렌, 마라탕, 탕후루. 관심이 쏠리면 뽕을 뽑을 때까지, 모두가 한 번씩 먹어봤다고 할 때까지, A+B로 새로운 조합이 나올 때까지. 외국인이 보면 "얘네는 전 국민이 똑같은 것만 먹네."라고 말했을 판이다.
차도, 복장도, 모두의 취향이 일관화되어 하나로 몰린다. 이걸 좋게 말하면 트렌드라고 한다.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말도 이젠 다르게 말했으면 한다. 유행과 다르게 간다. 주위에서 어떤 게 흘러 가든 가던 길 갈게요, 하고 내 나이대별 관심사를 쌓는 거다.
혈당 스파이크가 최고점을 억누르는 것처럼 사는 것도 과하지 않게 부드럽게 말아 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