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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살이, 예상 못한 나의 4가지 변화

by 헬렌

뉴질랜드 마트에 있는 모든 식재료를 보느라 2시간을 썼다. 프랑스 요리를 하고 싶어서 덕팻(Duck Fat)과 디종 머스터드(Dijon Mustard)를 샀다. ‘디종’은 프랑스 Burgundy 주 안에 있는 지역 이름이다. 이 머스터드에는 식초 대신 화이트 와인을 넣는다. 음식 이름에 프랑스 지역명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Sole à la Normande'도 이에 해당한다. 'Sole'은 생선이고 'Normande'는 유제품으로 유명한 곳이다. 요리에 관심이 생긴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장족의 발전이다. 얼마 전엔 프랑스 동거인인 Clem이 아파서 계란죽을 해줬는데 나에게 레시피를 물어보며 맛있었다고 해줘서 행복했다.


일 때문에 회사차로 운전하게 됐다. 9인승 스타렉스다. 운전 시작한 지 4개월 됐는데 남의 차 운전 하려니 바들바들 떨렸다. 처음엔 주차를 못해서 동료가 창너머로 핸들 돌리는 걸 알려졌다. 아직도 좀 무서운데 내 차보다 좋아서 운전할 맛이 난다.


헬스장에서 혼자 크로스핏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크로스핏을 꾸준히 했던 이유가 누군가와 함께해서 그런 건 줄 알고 ‘난 혼자 운동 못해’라며 헬스장 가길 꺼렸는데, 난 호흡 빠른, 땀 질질 흘리는 운동을 좋아하는 거였다. 뉴질랜드 와서 10kg 쪄서 2026년 호주에서 내 인생 가장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근래 영어에 대해 마음을 고쳐먹은 게 있다. 웬만하면 영어권 사람들 발음을 듣고 들으려고 하면서 내적으로 편향했다. '다른 영어 발음은 안 들어도 괜찮다'라고 치부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세계는 다양하고 모두가 쓰는 발음이 다른 건 당연한 건데 발음만 듣고 뭐가 더 낫다고 평가하는 건, 겉만 보고 판단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이 나의 영어를 더 듣고 싶게 영어식 문화를 녹여서 말하는 사람 이 되고 싶다. (이전에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게... 아...)


이번 주에는 코코넛 크림을 넣은 카레와 덕팻이랑 머스터드로 닭고기 요리를 해볼 거다. 호박 간장 조림이랑 머스터드를 쓴 당근 라페도. 당근찜도. 회사 동료들이랑 더 친해지면 인도음식 파티도 한번 열어보고 싶다. 재밌겠다!


마트 내부에 레시피에서 인사이트를 얻는다
고추 하나에 900원이 넘는다
드디어 고추를 샀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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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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