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중입니다_피었다 진 시간들

by 정림올제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겨울 내내 차갑게 얼어붙어 있던 공기가 어느새 부드러워졌다. 창문을 열면 따스한 바람이 들어온다. 확 풀린 날씨.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동네 산책길에 봄꽃이 피기 시작했다. 개나리가 노란 꽃망울을 터트리고, 목련이 하얀 꽃잎을 펼치고, 벚꽃은 아직 조금 이른 듯 가지 끝에서 망설이고 있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생명이 돌아오고 있다.

가족들과 산책 나온 네다섯 살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 저게 뭐야?"라며 질문이 시작되었다. 이름을 알려주면 아이는 그 단어를 입안에서 굴렸다. 그렇게 새로운 단어를 배우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은 모든 것에 놀란다. 꽃이 피는 것도,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신기하다. 그 시절의 아이들은 세상을 처음 발견하는 중이다.

모든 발견이 경이롭다. 그리고 그 경이로움을 엄마와 나누고 싶어 한다. 나를 부르는 횟수가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이다. "엄마, 엄마, 엄마." 그 소리가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목소리가 그립다.

첫째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좋아했다. 뱀도, 쥐도 다 귀엽고 괜찮다더니 손톱보다 작은 벌레는 질색을 하며 무서워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벌레 소탕은 동생의 몫이다.

둘째는 돌멩이를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예쁜 돌을 발견하면 주머니에 넣었다. 아빠 차 안에, 집 책장에 차곡차곡 쌓았던 돌들은 얼마 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말은 논리적이지 않다. 앞뒤가 맞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이만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엄마, 달이 나를 따라와."
"엄마, 구름이 솜사탕 같아. 먹고 싶어."

그 말들이 참 예뻤다. 그리고 그 말들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들은 자라고, 말은 정확해지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그 순수하고 엉뚱한 시선은 점점 사라진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네다섯 살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랐고, 말도 많이 늘었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이제는 "저건 뭐야?'라고 묻지 않는다. 더 이상 돌을 주워 모으지도 않는다.

하지만 봄이 오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생각한다. 다시 오지 않을 그 시간.

다시 볼 수 없는 그 작은 손. 다시 들을 수 없는 그 재잘거림.
봄꽃이 피고 지듯, 아이들의 네다섯 살도 피었다가 졌다. 그리고 그 시간은 지금 내 안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 색이 바랜 꽃잎처럼, 바스러질 듯 연약하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추억으로.

올해도 봄꽃이 피었다. 나는 그 꽃을 보며 생각한다.

네다섯 살의 우리 아이들을. 그 시절의 작은 손을. 그 시절의 맑은 눈빛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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