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열린시학』 101호
공원을 채우던 풍경이 지워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될 텐데
왜 지나갈 수 없을까
지난 계절에 사랑했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으면서
눈앞에는 헐렁한 외투를 입은 아이, 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을 떨어트리고 그것을 따라다니는 작은 새들
막다른 길에는 아이와 작은 새만 남게 되겠지
기쁨은 떨어질 수 있지만 다시 주울 수 없다는 걸 아이는 알게 되겠지
떨어진 나뭇잎이 흩날리고
나무는 원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끝이 끝을 데려오듯
썩은 나뭇잎에서 벌레가 태어나고
공원은 거대한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