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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오 Nov 05. 2022

원래의 공원

계간 『열린시학』 101호 

공원을 채우던 풍경이 지워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면

아무렇지 않은 것이 될 텐데


왜 지나갈 수 없을까


지난 계절에 사랑했던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으면서


눈앞에는 헐렁한 외투를 입은 아이, 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을 떨어트리고 그것을 따라다니는 작은 새들


막다른 길에는 아이와 작은 새만 남게 되겠지


기쁨은 떨어질 수 있지만 다시 주울 수 없다는 걸 아이는 알게 되겠지


떨어진 나뭇잎이 흩날리고

나무는 원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끝이 끝을 데려오듯

썩은 나뭇잎에서 벌레가 태어나고


공원은 거대한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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