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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Jun 03. 2022

선의 합창  

또 한 가지 칸딘스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선을 굵게 했을 때 확연히 드러나는 선의 가장자리입니다. 바깥과의 경계를 알리는 양쪽 가장자리가 또 다른 자율적인 선을 구사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건 실제적인 것보다 이론적인 논리에 가깝고 그보다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촉감의 문제라는 게 칸딘스키의 생각이에요. 


그는 점의 고유성에서 매끄러움, 지그재그, 찢김 등 여러 형상에 대하여 이야기했듯이 선에도 가장자리가 꾸며 놓은 외형이 있고, 이 역시 매끄러움, 뜯김, 우둘투둘함, 둥글둥글함 등의 모습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선은 점보다 훨씬 더 촉감적이라 상상만 해도 그 감흥이 일어난다는 거지요. 그래서 선은 점보다 더 다양한 모습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표현의 확장도 그와 비례해서 많아겠지요.


지금까지 직선과 곡선에 관하여 살펴봤는데 이제 이 둘을 섞어볼 차례입니다. 칸딘스키는 이런 조건하에 있는 선을 ‘콤비네이션 선’이라 부르기로 하고 세 가지 경우를 생각합니다. 첫째는 오로지 규칙적으로 잘린 선의 조합, 둘째는 규칙적인 것과 자유로움의 혼합, 셋째는 자유로움끼리 연합입니다. 이에 대하여 칸딘스키는 기하학적인 콤비네이션 선, 혼합된 콤비네이션 선, 자유로운 콤비네이션 선이라고 낱낱이 이름도 붙여 놓아요. 


콤비내이션 선의 내적 긴장은 서로 다른 모습만큼 이들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기질에 따라 좌우되겠지요. 하지만 모든 선의 원천은 똑같다는 칸딘스키의 논리에 눈길을 멈추게 됩니다. 그는 모든 선의  원천은 힘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앞서 말한 선의 탄생을 떠올려 보세요. 선은 고정된 점을 밀치는 힘으로부터 생깁니다. 그러니 힘은 선의 존재와 밀접한 겁니다. 


힘은 재료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고, 이는 곧 긴장 상태로 표출됩니다. 즉 조형요소는 재료에 작용된 힘의 실재적인 결과인 것이고, 긴장은 요소의 내면이 표현되도록 실행을 도맡는 격이지요. 선은 형상을 만들어내는데 동원되어 아주 간단하게 또 명확하게 임무를 수행해냅니다.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선들의 긴장과 규칙이 회화가 되는 것이죠. 


우리는 개개의 선들을 분류하고 고유성을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여러 가지 선의 차이점과 유형별 상호 작용과 효과, 그리고 개개의 선들을 어떤 부류로 분리하여 정리할 것인지 등 콤포지션 문제까지 고민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칸딘스키는 콤비네이션 선의 예를 통하여 개별적인 선의 성질을 다시 조명해 봅니다. 다음의 예는 선의 기질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지 이것만으로 무엇이 완성되지는 않죠. 이것은 부속품과 같은 것으로 복잡하고 복합적인 구조물을 향하여 딛고 가야 하는 징검다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면, 칸딘스키는 무게가 교체되는 직선의 반복, 각 진선의 반복, 곡선의 반복, 각 진선의 상반된 반복과 이로 인해 생긴 평면 등으로 설명하고 있어요. 

( ㅠㅠ... 그림이 작게 편집이 안 돼요. 이렇게 크게 볼 것은 아닌데... 실력 부족! 더 이상 조절이 불가하네요...)



이어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볼게요. 서로 대치하는 곡선의 반복과 이로 인하여 만들어진 여러 개의 원, 반복된 직선과 중심을 향한 리듬, 곡선의 반복과 중심을 향한 리듬, 병행을 통하여 강조된 곡선의 반복, 곡선의 대칭된 반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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