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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May 30. 2022

밀침과 방향

교체되는 힘이 많아질수록 방향성은 풍성해집니다. 각진 선의 절단된 개개의 선들도 그 길이가 서로 다르면 다를수록 더욱더 복잡한 면들이 생성됩니다. 이런 식의 변형은 무한대입니다.  


복잡하게 변형된 면


곡선이 만들어내는 면들의 변형도 무궁무진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직선과 곡선의 변형에는 차이점이 있어요. 칸딘스키는 곡선의 면은 아무리 변형되어도 원이라는 근본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원의 긴장을 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서 변형된 면에서의 원의 긴장은 강도의 차이만 지닐 뿐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지요


곡선이 만든 면의 변형 


칸딘스키는 이와 더불어 곡선의 변형에 대해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물결 모양의 구불구불한 선과 수 차례 구부러진 선인데요, 아무리 복잡하게 구부러지고 엉킨 듯 보여도 이 변형은 세 가지 유형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칸딘스키의 주장입니다. 첫째는 궁형의 반복, 둘째는 자유로운 구부러짐, 셋째는 앞선 두 종류의 혼합입니다. 그는 몇 가지 예가 이를 입증한다고 장담합니다. 


다음은 칸딘스키가 제시한 예시입니다. 규칙적인 물결 모양의 선에서는 똑같은 반경의 긍정과 부정의 밀침이 규칙적으로 교차되어야 생깁니다. 이는 긴장과 이완이 번갈아 교체되는 수평적 흐름을 의미하지요. 


규칙적인 물결 모양의 선


자유롭게 구부러진 선에서는 좀 더 많은 변형이 가능합니다. 먼저 살필 예는 앞쪽 물결 모양에 변형이 온 경우입니다. 규칙성이 사라짐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밀침에 불균형이 초래되고 앞쪽에 주도권이 쥐어집니다. 하지만 기존에 있었던 선의 수평적 흐름은 여전합니다.


앞쪽 물결 모양이 변형된 선 


 앞서 본 변형이 강화되면 두 힘이 씨름을 벌입니다. 긍정적 밀침이 고도를 향해 치닫는 모습입니다.


긍적인 밀침이 강한 선 


다음은 위의 선에 두 가지 변화를 준 경우입니다. 하나는 정점을 쪽으로 더 치우치게 하여 부정적 밀침의 공격으로부터 도망치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정점을 굵게 만들어 과장하거나 강조하는 것이고요. 


정점이 왼쪽으로 치우친, 굵게 강조된 선


먼저 왼쪽을 향해 치켜 세운 후 곧바로 위편 오른쪽으로 향한 선을 볼까요. 관대하고 대담한 긴장이 곧바로 생성되는데 왼쪽이 느슨해지는 원의 긴장입니다. 물결 모양은 모두 아래편 왼쪽에서 위편 오른쪽을 향하는 힘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왼편으로 상승한 후 위쪽 오른편으로 향한 선 

     

앞에서 본 규칙적인 물결 모양의 선에 대립되는 물결 모양의 수직선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바꾸면서 상승 기류를 타는 선입니다. 파도의 반경 비례는 아래로부터 위로 4, 4, 4, 2, 1입니다. 갑자기 약해진 파도가 수직선의 긴장을 팽창시키는 거죠. 


상승하는 물결 모양의 선 

     

지금까지의 예를 종합해 보면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인 힘의 밀침이 있고 여기에 방향에서 비롯되는 울림의 효과가 더해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 자체에 악센트를 줄 수 있는 것이고요. 이것은 강도에 따라 점차적인 또는 순간적인 증가나 감소의 울림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칸딘스키는 굵은 선, 특히 짧은 직선을 굵게 한 선에 대하여 이미 점에서 제기한 바 있었던 성장하는 점에 대한 의구심과 같은 유형의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바로 ‘선은 어떤 순간에 그 자체로 사라지며 어떤 순간에 면이 탄생하는가?’라는 의문입니다.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한 그는 이 질문이 흡사 ‘강물은 어디에서 끝나고, 바다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경계라는 것은 불분명하고 유동적이라는 것이지요. 


이미 점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모든 관계는 상대적이에요. 절대적인 울림에서도 절대성이란 불분명한 것으로 상대의 약화된 울림의 영향인 겁니다. 실제 경계를 알아본다는 것은 이론적인 것보다 더 명확한 표현을 요구하는 일이지요. 칸딘스키는 경계에 이른다는 것은 대단한 표현 가능성이라고 말합니다. 즉 콤포지션에 있어서 주된 요소들이 지나치게 무미건조할 경우 어떻게 해야 진동 요소가 생성될지, 어떤 방법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유연하게 조절할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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