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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Jun 10. 2024

뮌헨에서 만난 첫 무지개

뮌헨에 도착하고 신랑이 일하는 FC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축구팀에 방문을 했다. 신랑이 있는 팀은 아직 경기 중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를 마친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 친구들이 와서 악수를 청했다. 그 친구들도 동양인인 나와 아이가 신기했을 터였다. 먼저 와서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하는 이나라 친구들의 모습은 아주 인상 깊었다. 처음 보고 낯설어 할 순 있지만, 그날 그 친구들의 모습에는 비치진 않았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나도 아이도 부끄러웠지만, 당당하게 다가오는 어린 친구들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비쳐지고 싶지 않아 반갑게 인사했다. 그 순간, 내가 뮌헨에 온 이유는 이거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이런 모습들을 보여 주고 경험해 주고 싶었다. 그 뒤로도 그 친구들을 자주 만났다. 아닌 처음과 다르게 더 반갑게 서로 인사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와 내가 여기 뮌헨에서 좀 더 자유롭고 여유로워지고 여기 사는 사람들처럼 동화되는 느낌을 많이 느꼈다. 그런 변화된 생활 방식은 한국에 와서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어이든 다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여기 뮌헨에 오고 싶다.



신랑과 재회를 하고 밖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스음식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독일에 와서 먹는 첫 식사였다. 빨리 식당 문을 닫아서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이었다. 그리스 식당은 독일음식은 아니었지만  맛있었다. 식사 후 신랑이 6개월 동안 있을 집에 도착했다. 일찍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드는 여기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 가족도 조용히 3층으로 올라갔다. 도어록이 아닌 열쇠를 가지고 문을 열고 들어 갔다. 신랑 숙소는 3층 다락방 같은 느낌의 집이었다.  집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피곤했다.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서 뮌헨에 도착하기까지 긴 여정이었다. 신랑을 만나고 집에 도착하니 긴장이 풀렸다. 케리어에서 갈아입을 옷만 꺼내고 짐은 내일 정리를 하기로 했다. 아이와 씻고, 가져온 이불과 베개를 깔고 바로 누웠다. 그 뒤로 깨어보니 새벽이었다. 뮌헨에 도착해서 며칠간은 자는 시간 상관없이 새벽에 눈이 떠졌다. 내 몸 깊숙이 배어 있는 생활 방식이나 버릇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일으켰다. 하지만, 몇십 년을 그렇게 살아온 내 버릇은 환경에 의해서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 잠자는 시간과 일어 나는 시간을 바꾸고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을 지내니 뮌헨의 시간에 금방 적응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저녁에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뮌헨에 집을 둘러봤다. 신랑이 한 달 동안 살면서 비치해 둔 정리바구니, 샤워실에 있는 세탁세제  빨래를 해놓은 흔적들을 살펴봤다. 신랑을 뮌헨에 보내고 살림을 해본 적 없는 신랑을 걱정을 했는데 나름 잘 적응해 가면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 됐다. 반면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혼자서 애쓰고 긴장한 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케리어를 정리하고 싶었지만 다른 식구들이 깰까 봐 조용히 창문을 열었다. 뮌헨 도착하면 가장 보고 싶었던 건 뮌헨의 아침 하늘이었다. 말로만 듣던 유럽의 파란 하늘이 보고 싶었다. 신랑이 있는 집은 다락방 느낌이라 창문이 지붕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창문을 여니 바로 빨간색 지붕이 보였다. 이 또한 유럽감성이라 느끼니 기분이 좋았다. 인테리어는 한국의 원룸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창문 밖에 보이는 풍경은 한국과 달랐다. 3층에 위치한 신랑 집 덕분에 나는 높은 곳에서 동네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제 막 해가  뜨고 있었다. 해가 점점 높이 뜨면서  지붕 하나하나에 빛을 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2~3층으로 이루어진 단독 주택들이 보였다. 여긴 주택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게머링이라는 지역이었다. 아주 조용한 동네였다. 이곳이 내가 한 달간 지낼 곳이구나. 신랑과 아이가 깨면 동네를 구경해 볼 생각을 하니 설레었다. 지금도 가끔 아침에 눈을 뜨면 뮌헨에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한 첫날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천천히 떠오르던 붉은 해와 따뜻한 빛이 지붕을 감쌀 때의 느낌 말이다. 정말 따뜻하고 뮌헨의 시작을 알리는 설렘이 있는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날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날 아침에 나를 반기는 일곱 색깔 무지개였다. 내가 뮌헨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오고 있었다. 내가 아침에 깨어나기 전까지 비가왔왔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고 해가 났다.  밝은 해와 파란 하늘과 함께 일곱 색깔 무지개가 보였다. 정말 아름 다운 무지개였다.  높은 아파트가 없어서였는지 더 크게 보였다. 이날 이후로도 나는 자주 무지개를 만났다. 어느 순간 비가 오고 그치는 변덕스러운 유럽의 날씨 덕분이었다. 하지만  변덕스러워서  더 좋았다. 우리 가족에게 더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준 뮌헨의 날씨였다. 한국과 다른 날씨도 좋았고, 그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나도 좋았다.  이제 뮌헨에서 지내는 1일 차가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여기에 30일간 머물렀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짧은 시간이었다. 한 달이었지만, 새로운 나라에서 시작하는 아침은 모든 것이 다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뮌헨에 있으면서 어떤 일들이 펼쳐 질지 몰랐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느끼는 이 감정에 아들레날린이 샘솟는 것 같았다. 내일, 모레, 그리고 또 내일.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소중 했던 뮌헨의 한 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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