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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 Jul 13. 2024

내 생에 첫 알프스산맥 1

알프스산맥으로 트레킹의 시작 

신랑은 6개월 연수 기간 동안 뮌헨에서 지낼 집을 구해야 했다. 뮌헨에서 6개월 지낼 집을 구하기는 참 힘들었다. 하지만  좋은 기회에 한국분인 주인집 사장님을 만나서 빨리 구할 수 있었다. 신랑은 우리가 오기 한 달 먼저 와서 지내고 있었다. 우리가 뮌헨으로 출발하기로 마음을 먹고 주인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추가 금액을 조금만 더 받고 딸과 내가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뮌헨에 도착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주인집 내외 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러 내려갔다. 주인집 사장님 내외 분은 한국 분이셨는데 한국에서 유학 오셔서 공부도 마치고 결혼도 하시고 아이를 낳아 여기서 교육을 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여기서 만나신 분들과 함께 주 1회 모임을 가지는데 이번엔 알프스산맥으로 트레킹을 하러 간다고 하셨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하고 싶었다. 내 마음을 아셨는지 함께 가자고 제안하셨다. 아이도 충분히 갈 수 있는 트레킹 코스라고 하셨다. 우리 가족은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결론은 우리의 알프스산맥 트레킹은 왕복 6시간이 걸렸다. 알프스 산맥 트레킹을 시작할 때만 해도 2시간이면 끝나는 산행인 줄 알았다. 하지만 트레킹을 시작하고 도착을 하니 딱 6시간이 걸렸다.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평소에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알프스 산맥 트레킹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트레킹 하러 가는 당일 아침,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었다. 하필 오늘 아침부터 비가 오다니. 안 그래도 힘든 길에 비까지 온다고 하니 아이가 걱정됐다. 하지만, 지금 내리는 비가 나중에 어떻게 기억으로 남을지 모른 채 막연하게 걱정부터 앞섰다. 산에서 먹을 간식으로 프리챌 빵과, 갈릭 크림치즈, 삶은 달걀, 사과를 챙겼다. 그리고 비옷도 챙겼다. 긴 여정이었기에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갔다. 우리 모두 S-Bahn(에스반:독일의 지하철)을 타고, 뮌헨 중앙역에 내려서 기차로 갈아타야 했다. 함께 출발하기로 한 다른 지인분들은 뮌헨 중앙역에서 모여서 기차를 갈아타고 트레킹 출발지로 향했다. 기차는 우리나라 기차보다 창문이 더 컸는데, 그래서 그런지 독일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갔다. 그중 가장 놀라운 풍경은 작은 호수였다. 호수 주변으로 초록색 잔디밭이 넓게 펼쳐졌다. 잔디 위에는 오두막집 몇 채와 풀을 뜯어먹고 있는 소가 보였다. 배경은 초록색 산이었고, 파란 하늘이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서 그런지 입이 딱 하고 벌어졌다. 보는 순간 와라는 추임새가 절로 나왔다. 왜 창문을 이렇게 크게 만들어 놨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 지금 그 사진과 영상들은 힘들 때 꺼내보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 비가 와서 호수에 물안개가 퍼져 있었다. 그래서 더 멋져 보였다. 뮌헨에 도착하고 첫 가족여행이었다. 그 풍경을 함께 보고 있는 아이의 표정도 설레어 보였다.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독일 바이에른주에 바 이리 수 챌 이라는 지역이었다. 우리가 트레킹 할 장소였다. 기차에 내려 주위를 둘러봤다. 우리가 선 기차역에서 알프스산맥으로 보이는 산들이 마을을 앞뒤로 둘러싸고 있었다. 마을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조금씩 오고 있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산꼭대기에 걸쳐져 있는 구름이 더 운치 있어 보였다. 함께 온 다른 분들은 기차에서 내려 등산 장비를 정비하느라 분주했다. 걷는 거에는 자신이 있던 우리 세 가족은 신발 끈을 단단하게 다시 묶으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냈다. 기차역에서 트레킹 출발 지점을 향해서 걸었다. 기차에 내려 도착한 곳은 작은 마을이라서 조용하고 더 아늑하게 느껴졌다. 트레킹을 멈추고 이 마을에서 며칠 머물며 휴양하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지금 보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매일매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트레킹 하러 가는 중이었고,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 서둘렀다. 선두에 말하지만, 지금 내가 가려는 산은 이 보다 더 아름다웠었다.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처음부터 가파른 비탈길이 계속 이어졌다. 비도 오고, 돌도 많아서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디면 미끄러지기도 했다. 여기가 바로 내가 말로만 듣던 알프스산맥이구나…. 알프스산 맥하고 인사를 나누려 할 때 딸아이가 기운 없이 말했다 “엄마 나 속이 너무 안 좋아. 토할 것 같아.” 기차를 타고 오면서 멀미해서 속이 안 좋다고 말했다. 아이는 오르막을 바로 오르면서 안 좋았던 속이 빨간색 신호를 보낸 거였다. 아이를 데리고 알프스산맥 어딘가를 오른다는 건 무리였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이는 알프스산맥 어딘가에 자기 토사물로 영역 표시를 했다. 자연 앞에서 이게 웬 날벼락인가? 내가 이것을 보려고, 한국에서 13시간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왔나? 나는 기능성이라고는 눈뜨고 찾아볼 수 없는 예쁜 운동화를 신고, 산길을 오르고 있나? 내 여행 계획에 트레킹이라는 단어는 없었기에, 등산화도 등산복도 없었다. 아이와 나에게 화가 나는 부분을 다른 것에 분풀이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생애 첫 알프스산맥 1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다음화에 내 생애 첫 알프스 산맥 2 이야기 이어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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