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분석가 직무 전환 특강을 하면, 가장 많이받는 질문 중 하나는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요?'에 대한 질문입니다. 커리어와 관련된 공부와 준비를 하는 것도 막연한데, 비즈니스 분석가는 경험만큼이나 하드스킬 역량도 중요하다보니, 이런 질문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로드맵 같은 것이 있다면, 순차적으로 따라가고 싶은 마음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와 관련된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 데이터 관련 커뮤니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국내외 분석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찾아본 결과, 정답은 없었습니다. 물론 공통적으로 SQL, 파이썬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나 소속된 부서에 따라서 여기에 머신러닝이나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말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비즈니스 분석가가 전략기획 또는 사업부 소속인 경우에는 재무 등 공부하는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지식이 빠르게 변화한다면, 그 지식이 필요한 배경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분석가로 '이것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려드리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지식 삼각형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분석가의 역할은 조직 내에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데이터로부터 의미있는 정보가 생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은 가장 밑바닥에 자료(Data)가 있다. 단순한 사실 및 객관적 사실로 구성된 기록이다. 우리 서비스에 쌓이는 사용자의 로그나, 전산으로 기록되는 매출액, 거래내역 등이 이런 데이터에 해당할 것이다. 이 데이터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예를 들면, 치킨집 한 달간 매출 내역을 쭉 뽑아서 보는 것만으로는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기서 똑똑한 사장님이 이런저런 시도를 해본다. 일자별로 합산해 보고, 시간대별로 합산해 보고, 요일별로 합산해 본다. 또는 주문에 따른 바스켓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해서 평균을 구해본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데이터는 의사결정을 위해서 가공된 형태의 정보(Information)가 된다.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이런저런 형태로 비교해 본다. 요일별, 시간대별로 팔린 품목을 비교해 보는 등 분석을 해본다. 그러다가 한 가지 패턴을 발견한다. '주말에는 19~21시에 후라이드 주문량이 급증하는구나' 이런 패턴을 발견한 사장님은 주말 18~19시가 되면 빠른 주문 처리를 위해 일정량을 초벌로 튀겨놓기로 결정한다. 이처럼 확보한 정보를 분석하면서, 여기서 의사결정의 수준을 높이는 규칙이나 패턴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지식(Knowledge)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사장님이 이런저런 요식업 및 배달업을 통해 쌓은 경험으로 더 통찰력 높은 수준으로 넘어간다. '19~21시에 후라이드 주문이 많은 이유가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이 자녀들과 먹기 위해 주문하는구나'와 같은 형태의 수준으로 넘어간다. 장사에서 고객 세그먼트에 대한 지혜(Wisdom)가 축적된 것이다.
그렇다면 분석가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 이 데이터를 정보의 형태로 가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SQL, 파이썬, 통계학, 머신러닝, 시각화 등을 공부한다. 대용량 데이터에서 가치 있는 정보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받는 환경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데이터 엔지니어링 등을 공부하면서, 내게 필요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적재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런 작업을 위해서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공부했다. 예를 들면, KPI와 관련된 설정에서 예측치를 산출하기 위해서 시계열 분석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사내에서 챗봇을 도입하면서, CS 관련 데이터가 다량으로 적재되었기 때문에 이를 분석해 보기 위해서 텍스트 분석과 LLM 활용 등을 공부해보고 있다. 또한 나름대로 사내에서 대시보드 고수라 불리지만, 여전히 적절하고, 가독성 좋은 시각화에 대해서는 계속 공부하고 있다.
직무 전환을 위해서는 SQL과 파이썬을 통한 가공만 잘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보통 신입 및 직무전환을 통해 입사한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저연차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에서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의미 있는 정보로 바꿔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정보가 부담스러운 단어 같지만, 주요 고객사 중 우리 서비스 사용이 적은 고객사를 발견해서 몰랐던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처럼 단순한 정보도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실무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정보를 의미 있는 지식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해진다. 정보를 지식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결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치킨집 사례 역시 요일별 소비자 행동이 다르다는 정보와 주말에 주문이 가장 많은 시점이 19-21시였다는 점 등이 결합해서 나온 지식이었다.
이런 정보를 결합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다른 영역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의 상황을 분석할 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경쟁사, 외부환경에 대한 이해고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경쟁사에 대한 데이터나 정보가 필요해진다. 경쟁사/시장동향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재무제표다. 따라서 비즈니스 분석가지만 회계/재무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재용 회계사님은 사랑입니다.)
이처럼 비즈니스 분석가를 희망하는 분들이 뭘 공부해야 하는가 물어보면 내용은 간단하다. 주어진 데이터를 의미 있는 정보로 바꿀 수 있으면 된다. 지금은 파이썬, 머신러닝 등을 이야기하지만, 필요한 기술은 언제나 새롭게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하고, 실무에서 필요한 것들을 채워나간다면 아마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