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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민 Sep 16. 2023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하기


들어가면서


앞선 언급한 것처럼,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된 배경에는 교육 업체와 진행했던 인터뷰가 그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해당 업체로부터 우연히 커리어와 관련한 특강을 진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장 내일 다른 직무로 이직할지도 모르는게 내 인생인데, 커리어 특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민망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게 된 것처럼, 특강의 주제가 '지금 내 직무에서 분석가로 직무전환 이직하기'기 주제였기 때문에 마케팅, 사업개발, PO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 링크드인을 통해서 문의를 받고, 관련한 고민 상담을 들어준 적도 몇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특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제 직무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일들이 있으면 그때그때 열심히 했는데, 그게 분석가에게 필요한 경험, 역량과 핏이 맞으면서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브런치북이 대상으로 하는 주요 독자 그룹 중 하나가 '분석가로 취직/이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경험이 비즈니스 분석가 이직에 도움이 될 수 있었는지 간단히 작성해보았습니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대학에서 이승윤 교수님의 <소비자행동론>을 들으면서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계산하는 것을 좋아해서 재무나 회계 쪽 취직을 생각했습니다. 

(사진 - 세바시)

하지만 소비자 행동론을 들으면서, 심리학적 이론이 세일즈, 고객경험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어쩌면 교수님의 강의 스킬이 워낙 좋으셨기 때문에 매료됐던 것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 수업을 계기로 마케팅과 관련한 커리어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교 3학년부터 마케팅 동아리, 공모전, 교수님들과 프로젝트 및 케이스스터디 쓰기 등 다양한 마케팅 관련 활동을 하면서 대학시절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특히 공모전을 도전해 보겠다고 마음먹은 해에 한 7~8번 공모전에 떨어졌을 때는 내 길이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 그 해 마지막 공모전에서 2등을 하면서 마케터의 꿈을 이어가게 되었다.





마케터로 입사하다


그렇게 마케팅을 공부하던 중, 2019년에 퍼포먼스 마케팅 에이전시인 E사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마케팅과 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보통 마케팅과 관련된 케이스스터디를 보면, 캠페인에 대한 기대 효과로 '효과적인 IMC로 인식이 좋아졌다'라고 말하지만, 그게 진짜로 좋아진 게 맞는지 등 구체적인 근거는 빈약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심 T 성향이 강하다보니, 이런 결과물에 대해 의문점이 많았고, 그러던 중 퍼포먼스 마케팅을 접하게 되면서,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디자이너님이 찍어주셨던 사진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대학 졸업할 무렵인 2019년 10월 작은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했습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마케팅 컨설팅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AE(Account Executive)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회사의 단점은 근본이 없다는 점이고, 장점은 명분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부사수로 선임들의 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다 2020년 3월이 되어서야 프로젝트 매니저로 캠페인을 맡아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어려운 캠페인은 아니었습니다. 광고주가 확산시키기 희망하는 콘텐츠를 적절한 채널에 확산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캠페인 기획부터 성과분석까지 모두 데이터를 활용해서 준비했습니다. 콘텐츠마다 적합한 채널, 비용 대비 효율적인 채널을 선별하는 것부터 실제 결과까지 모두 데이터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운영했습니다. 나름대로 논리와 근거를 갖고 캠페인을 설계하고 분석해 보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분석 방식과 접근에 허점이 참 많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도 광고주나 내부 인원을 설득하기엔 충분했고, 운 좋게 캠페인 성과까지 잘 나오면서 다음 캠페인 때 광고 예산을 더 높이는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특히 당시 광고주가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고객이었다보니, 해당 고객사의 좋은 평가가 대표님께도 전달되면서, 2020년 4월에 CEO Staff 조직의 리드로 일하게 되었다.


말은 리드지만, 리더십보다는 결과물을 잘 취합하고 보고하는 측면의 리드였습니다. 당시 제 역할은 회사에서 막 출시했던 마케팅 솔루션의 세일즈 기획/관리였습니다. 여러 부서별로 할당받은 솔루션 매출 목표치와 실제 결과를 취합해서 대표님께 보고했습니다. 또한, 세일즈 리드를 발굴하기 위해서 솔루션 교육을 열거나, 서포터즈를 만들어서 홍보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이 일도 배우는 것이 많았지만, 2020년에 스타트업 열풍과 투자붐이 일면서, '스타트업'스러운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더 나아가, 학교에서부터 마케팅/세일즈 관련된 쪽을 봤다 보니 조금 더 후방의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시리즈 B 투자를 받았던 신선식품 스타트업 회사에 물류 사업개발로 입사하게 됐다.




물류 사업개발은
모든 게 숫자였다


물류 사업개발로 처음에는 발로 뛰는 일들이 되게 많았습니다. 자체 물류망 구축을 위해서 직접 발로 뛰면서 센터 부지를 찾는 일부터, 물류 서비스 운영을 위한 배송기사님용 앱서비스와 백오피스를 직접 기획하는 등 정말 일이 무지하게 많았다. 그래도 당시 팀장님이나 같이 입사했던 운영 매니저분께서 워낙 인사이트가 많은 분들이었기 때문에, 물류를 1도 모르고 입사했지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중요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많은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내 인적 자원은 우리 엔드유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커머스 작업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래서 물류가 많은 지원을 받기 어려웠고, 그런 이유에서 혼자서 다양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 물류와 관련한 데이터 분석 역시, 당시 회사에 유일무일한 데이터 담당자님께 요청하는 것이 제가 괜히 민망했습니다. 이런 고급 인력에게 데이터 추출 요청을 하는 것은 회사에 민폐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데이터를 갖다 쓰기 위해 SQL을 본격적으로 배웠습니다. 다행히 데이터 담당자분께서 빅쿼리에 여러 가지 데이터를 활용하기 좋게 적재해주신 상태였기 때문에, 물류에서 필요한 데이터는 어느정도 적재가 된 상태였습니다. 운좋게 제가 쿼리만 배우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꽤나 많은 환경이었습니다.


또한 물류의 특성상 숫자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많았다. 지역별 상품수, 기사님 별로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물량수, 지연배송율, 프로모션 비용과 모집률 등 물류의 서비스 문제를 진단하거나, 개선점을 도출할 때 숫자로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SQL을 활용하는 빈도가 늘었다.


사업 및 제품 기획을 위해 데이터를 다루는 것도 많았지만, 물류 사업이 잘되도록 만드는 일에는 함께 일하는 물류운영 조직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시보드를 만들거나, 관련한 자동화를 만드는 일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다보니, 회사에서 물류기획 리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일을 하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동시에 전략적인 업무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또한 아직 20대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도 약간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1년 5개월간의 일을 마무리하고, 데이터 분석 또는 전략 관련 직무로 채용을 하는 회사를 찾았습니다. 이직을 준비하고 2~3개월만에 운좋게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의 비즈니스 분석가 직무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할 수 있었던 비결?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했던 비결을 말하면서, 앞서 장황한 스토리를 설명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직이 무조건 능력 있다고 뽑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면접을 보면서 느낀점은, 능력만큼 중요한 것이 맥락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의 지금 역량도 중요하지만 해왔던 일이나 일에 대한 노력 등 여러가지 것들이 채용에 고려됩니다. 


따라서 저의 상황은 전달하지 않고, 제가 생각한 요인을 전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조금 장황한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이런 제가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제가 중요하다고 느낀 것들을 몇 가지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SQL, SQL, SQL

SQL 테스트 후 결과 예시


많은 회사가 비즈니스 분석가 면접에서 SQL 코딩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간혹 파이썬으로 진행하는 곳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코딩 테스트를 보는 경우 대부분 SQL로 코딩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아티클에서 또 이야기하겠지만, 분석가의 업무는 SQL로 시작해서 SQL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SQL을 다루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 


설령 코딩 테스트가 없는 경우에는, 꼭 면접을 통해서 SQL 역량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당신의 쿼리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설명해줄 수 있냐와 같은 형태로 면접에서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하는 것에 있어서 수준높은 SQL 실력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채용 과정에서 최소한 면접의 기회라도 얻기 위해서 우리는 SQL을 역량을 키워야합니다. 저는 운이 좋게, SQL을 매우 많이, 다양하게 다뤄보면서 이런 실력이 자연스럽게 쌓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이직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2. 데이터 기반으로 생각하고 일하기


비즈니스 분석가 면접에서 인성 면접 유형(커뮤니케이션, 스트레스 관리 등)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이야기는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이나 가상의 케이스를 토대로 주는 질문이 많습니다. 분석가라고 하면 통계나 코딩 관련 문제가 많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 그런 질문은 많지 않았습니다.


우선 프로젝트에 기반한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부분 실제 분석가가 다른 팀과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질문합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프로젝트에서 성과 지표를 무엇으로 측정했나요

왜 그런 지표를 성과 지표로 설정했나요


가상의 케이스에 기반한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비즈니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분석가로 이것을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방법을 활용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 묻는 질문들이었습니다.


분석가로 거래액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어떻게 문제에 접근하겠냐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고 가정할 때,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사업개발, PM으로 일을 할때 기획과 성과를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유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진행하는 업무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보거나, 데이터를 근거로 고민해 보는 연습에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3. 별 고민하지 말고 자기 일 열심히 하기


조금 근원적인 이야기지만, 직무 전환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입이 아니라면, 이곳에 지원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내가 하고싶은 이 일을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면서 자신만의 노하우와 경험, 전문성이 축적된 지원자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경력을 인정받으면서 직무 전환을 한다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경험, 전문성을 뛰어넘는 것을 어필할 수는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혹여 전문성이 조금 다른 지원자에 비해 떨어지더라도, 이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볼 때 직무가 달라져도 잘할 것 같다는 인상을 줘야 합니다. 즉, 당장은 분석가로 가치는 살짝 부족해도, LTV는 더 높다는 점을 보여줘야합니다.


저는 전 직장에서 입사 후 1년, 연차로 2년 만에 팀 리더로 일하게 된 점을 어필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회사였지만, 저연차 때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은 여러가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나이가 먹고 잘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꼭 계획대로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례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된 장미란 선수가 역도 선수시절부터 행정 쪽을 꿈꾸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당시 본인이 진행하던 역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노력을 통해 얻은 성과와 유명세, 그리고 태도 등이 지금의 장미란 차관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을 하고 싶든, 지금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끝으로


비즈니스 분석가로 이직에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회사 내 환경도 다 다르고, 그 안에서 일하는 방식도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채용하는 회사와의 핏도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퍼즐을 맞춰간다는 느낌으로 이것을 만들어가야합니다. 


정답이 없는 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입니다. 기본에 충실하는 것, 즉 필요한 일을 하고, 필요한 역량을 쌓아가면서 기회를 찾아가야합니다. 제 글이 정답은 될 수 없겠지만, 분석가로 이직이 조금 막막하셨던 분들에게는 작은 도움이나마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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