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비즈니스 분석가가 분석하는 비즈니스의 개념과 비즈니스에서 분석가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간단하게 다뤄봤습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분석가의 역할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앞선 글과 조금 겹치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분석가는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그래서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기업의 전략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채용만큼 상징적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어떤 사업을 준비한다면, 그 사업과 관련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거 채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광고 모델을 출시하기에 앞서, 광고사업 관련 채용공고가 대거 올라왔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높은 연봉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프로덕트 매니저 채용으로 뜨거운데, 이것 역시 배우 파업 및 제작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장에서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가 광고 모델을 출시하기에 앞서, 광고사업 관련 채용공고가 대거 올라왔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높은 연봉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프로덕트 매니저 채용으로 뜨거운데, 이것 역시 배우 파업 및 제작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장에서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보니 기업의 채용은 기업의 전략적 달성을 위한 크고 작은 기대를 포함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분석가를 채용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기업은 비즈니스 분석가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을까?
비즈니스 분석가로 일하면서 느낀 존재 목적은 한줄로 설명됩니다. 바로 조직의 의사결정 수준을 높이는 일이다. 그렇다면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이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가 생깁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기업 경영 속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은 투입된 Input 대비 Output이 가장 높아지도록 만드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정우 배우와 조진웅 배우 중 누구를 쓰는 것이 우리 브랜드 홍보에 더 효과적인가
제품 프로모션을 20%로 하는 것이 좋을까, 30%로 하는 것이 좋은가
새벽배송 주문 마감시간은 22시가 좋은지, 01시로 하는 것이 좋은지
연봉 4천의 2~3년차 주니어를 2명 채용하는 것이 좋을지, 연봉 8천의 7년차 시니어를 뽑는 것이 좋을지
이런 의사결정에서 우리가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수많은 매개변수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제품 프로모션을 20%, 30%일 때 판매량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가격x판매수량'을 토대로 매출과 이익이 극대화되는 지점을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쟁사의 프로모션, 소비심리 등 결과값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정확한 Output을 산출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실무자가 매순간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조승연 작가가 '데이터와 숫자가 완벽해지면, 초등학생도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임처럼 금 300을 투입해서(투입자원), 3턴 뒤에 상점을 만들면(소요기간), 매턴 금 200이 들어온다(기대효과) 등 통계가 명확한 세상에서는 초등학생도 나라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는 그런 상황이 아니며,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에 정성적인 것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의 난이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분석가의 역할은 명확하다. 통계적 역량이나 데이터 활용 역량을 토대로, 조직의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도와줘야합니다. 분석가가 역할을 제대로 하는 조직이라면, 감이 아닌 데이터로 소통하고, Input 대비 Output이 높은 의사결정이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할 것입니다.
물론 의사결정 수준을 높이는 것이 꼭 비즈니스 분석가의 역할만은 아닙니다. 특정 직무의 시니어, 리더급을 채용하는 경우에도 이 사람의 경험과 네트워크 같은 자산을 활용하거나, 팀원을 잘 이끌어서 더 나은 의사결정을 실행하길 바랄 것입니다. 다른 역할의 구성원들과 비즈니스 분석가의 차이를 구분해본다면, 이를 위해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떻게 의사결정 수준을 높일 수 있을까요? 이런 방법 중 하나는 올바르게 문제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문제정의가 왜 필요한지는 이미 수많은 기획 관련 콘텐츠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의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빠른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것이 아닌 거울을 설치해서 덜 지루하게 만든 것도 대표적일 것입니다.
최근에 봤던 사례 중 인상깊었던 것은 올웨이즈의 RGMV와 관련된 사례다. 유튜브 채널 올웨이즈의 레브잇 그로우 세션에서 올웨이즈는 조직의 전사지표를 기존의 GMV가 아닌 RGMV로 전환한 사례를 소개해줍니다. RGMV는 기존 고객의 거래액과 이달 새로 확보한 신규 고객 거래액의 평균 잔존율을 곱한 것으로, 이를 전사 지표로 삼으면서 조직 내 액션이 리텐션과 관련된 쪽으로 많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또한 기존의 핵심지표였던 거래액 역시 양질의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데이터와 지표를 다루는 비즈니스 분석가는 올바른 문제정의를 통해, 조직의 의사결정 수준을 높일 수 있습니다. 채용 공고의 용어로는 가설 수립, 지표 설정, 실험 설계와 같은 것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석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꼭 파이썬, SQL을 잘 다루지 않더라도, 특정 문제를 어떻게 쪼개서 바라보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와 같은 분석적 사고가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참고) 이런 지표 분석과 관련해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책 2권을 소개하면 '린 분석'과 '세컨드 펭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린 분석'은 워낙 유명했던 책이고, '세컨드 펭귄'은 텀블퍽 펀딩을 통해서 구매했던 책이 최근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책 모두 사업 및 제품을 성공시키기 위해 지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는데,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것 같습니다.
또한 비즈니스 분석가는 올바른 정보 제공을 통해 조직의 의사결정 수준을 높입니다. 앞서 말한 올바른 문제정의를 위해 필요한 기반, 또는 이것이 실질적으로 전파되도록 하는 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회사의 사업이 어떤 형태로 돌아가고 있는지, 우리의 고객은 우리 서비스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등 구성원이 현재 상황을 어느 정도로 감지하는 정도에 따라서 조직의 의사결정 수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물류에서 처리가능한 물량 수준 등을 이해하는 마케터라면 현재 주문량 등 상황을 파악해서 적절한 광고 운영을 진행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면, 공장 및 물류단에서 주문을 더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네이버 메인배너 같은 비싼 광고에 돈을 지불하는 행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즈니스 분석가는 이런 의사결정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제공해야합니다. 이런 것들은 채용공고에서 리포트 제작, 대시보드 설계, 데이터 적재/가공/전처리 등의 업무로 표현됩니다. 이런 업무를 위해서는 분석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을 안된다고 느껴질 때를 떠올려본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내가 상대방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
대화 맥락이 끊기거나 서로 대화와 관련해서 티키타카가 되지 않을 때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꼭 잘못된 정보를 이야기해야 정보제공이 잘못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우리가 제작한 대시보드나 리포트를 보고 어떠한 판단이나 액션을 할 수 없다면,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따라서 정보제공을 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및 통계를 해당 영역의 전문지식이 없는 상대방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거나, 혹은 중요한 정보를 더 빠르게 감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정 회사에서 특정 직무에 기대하는 역할이라는 것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일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는 시대에서, 특정 직무의 역할을 칼로 무 자르듯이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분석가라는 직무 전환 또는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알고 준비를 할 때 더 효과적인 준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