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준 #4
26살쯤 되니 정말 나빼고 다 취업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사실 생각을 넘어서 이건 사실에 가까운 편인데. 나는 여태 뭐했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 한 열번은 넘게 드는 것 같다. 아직 어려 괜찮아 우리 인생 길어 라는 위로 심심치 않게 듣지만 그럼에도 드는 생각은 그런 그들은 취업을 했고 나는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취업이 뭐길래 사람이 이렇게까지 비참하고 우울해지나 싶지만 취준생이라는 신분은 이상하게 또 그렇게 비참해지는게 매일 매일이다.
유통산업에서 금융업을 준비하겠다고 방향을 바꿨는데. 바꾸고 보니 동기들이 참 부러워졌다. 그들은 내가 미국에서 박스를 까고 있을때쯤 은행, 증권사, 금융공기업 등에 합격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게 약 3년전이라는 사실이 참 무력하게 했다. 그 3년동안 나는 무엇을 한 것인지 생각해봤는데. 결국 운동화신고 뛰어다니면서 고객님들을 만난 것이 나름의 경험이었다. 내 경험을 내가 비하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이제와서 돌아가려 하니 학부때 자격증 하나 안따놓은 내가 참 어이없게 한심했다.
나는 참 울면서 공부한 케이스였는데. 이유는 단순했다. 전공이 나랑 안맞았다. 정말 누가 들으면 어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울면서 공부했다. 나는 하는 일에 대해 해야 하는 이유, 목적이 없으면 흥미가 크게 없어지는 사람인데 전공이 딱 그러했다. 이 지식들이 무슨 도움이 되지. 이걸 왜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없으니 공부가 될리가 없었다. 이런 내게 다들 쉽게들 했던 말들은 휴학을 하고 다른 일을 해봐라, 혹은 전과를 해보는 것은 어떠하냐 하는 말들이었다.
변명이지만 나는 용기가 참 부족했는데. 필리핀과 미국으로 인해 이미 휴학은 휴학대로 다 한 뒤라 휴학을 해서 뭘 해야할지도 몰랐고. 전과는 더 무서웠다. 경영학이 잘 어울리겠다는 말을 몇번씩 들었으나 그 경영에서는 무슨 공부를 해야할지 더 맥락이 잡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나는 금융학과 함께 졸업하게 되었는데. 4년 별로 공부한 것이 없지 않냐 라고 하면 또 맞는 말이지만. 괜히 전공 지식들 어디서 발견하면 꼭 그게 괜히 기분이 좋다. 참 애증의 관계인 것인지.
타인과 비교해봤자 우리는 항상 스스로의 부족함만을 찾는다는 말에 참 공감하지만. 오늘 하루는 나의 장점을 찾다가도 내일이 되면 나의 단점만을 찾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그래도 그 아시안으로 무시당하면서 버티고 버텼던 경험은 분명 내 인생에 또 다른 방향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또 오늘은 믿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