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뷰티매장 인턴십 썰 #6
당시 나는 메릴랜드에 있는 매장에서 일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는데 하필이면 남자 매니저님과 이사님은 외근으로 점포를 비운 상태였고 매장에는 여성 매니저들만 있었다. 오후 2시쯤, 2명의 여자아이가 점포에 들어왔다. 염색약을 찾길래 위치하고 있는 아일을 알려줬고. 아이들이 제품을 둘러보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내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은 약 50분이 넘게 점포 전체를 둘러봤다. 괜히 불편한 마음에 이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봤는데 계산대에 줄을 서있더라. 얼마 되지 않은 경험으로 판단하건데 분명 뭔가 이상했다. CCTV를 4배속으로 한 뒤 전체 지역으로 설정하고 카메라를 다시 돌려봤다. 아이들 가방이 보였다. 들어올때부터 자기 몸집만한 가방을 들고 들어왔는데, 입구 쪽 헤어 섹션에서 브레이딩 헤어를 가방 속에 넣는 장면을 확인했다. 아 하루가 또 시작이구나.
당장 계산대에 계셨던 한국 매니저님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국어로 소리쳤다. 앞에 있는 쟤네 도둑이에요 잡아야해요 라고. 추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얘네 계산대에 서서도 주머니 물건을 훔치고 있었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렇게 싸움은 시작되었다. 너네 가방 열어라, 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도망가려 했고 점포 입출구를 나랑 50대 여성 매니저님이 막아섰다. 그렇게 몸싸움은 시작됐다. 사실 '싸움'이라는 표현이 너무 웃긴데 이건 '폭행'이라고 하는 쪽이 맞다. 나는 생전 25년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무력으로 맞아본 경험이 처음이었다. 점포에 걸려 있던 마네퀸 헤어를 내게 던지고 벽에 걸린 훅을 빼서는 나를 몇번이고 내려쳤다. 선반을 발로 차고. 내게 발길질은 하는데. 정말 그렇게 뭐에 씌인 것 같은 눈으로 사람을 죽기 살기로 때리고 집기를 부수는데 아픈 것보다 무서웠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결국 칼을 꺼내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다가오면 베겠다고. 그날은 12월 23일이었는데.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칼을 꺼내자마자 타이밍 좋게 경찰이 점포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가방을 열어 금액을 확인하니 약 100불 정도를 훔쳤었다.
억울한 사실이나 그 아이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풀려났다. 피해자로서 나 또한 법정에 서야만 그들의 죄가 성립되는 미국의 법률 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미국 사회는 친척 및 이웃에 대한 유대감이 굉장히 강한 만큼 앙금을 가진 누군가의 보복 범죄가 가능했다. 법정에 내가 서는 순간 나의 위험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날 나는 집에 가서 울었다. 너무 무서웠다. 24살인 내게 그 큰 매장의 매니저라고 모든 일을 책임지고 해야한다는 것도 무서웠고. 뉴스에서만 보던 '폭행'을 내가 당할 것이라고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걱정하실 부모님께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지만 그 살기어린 눈빛을 아직도 잊기가 어렵다. 과연 나와 동일한 인간이 맞을까 싶은 그 살기 어린 눈빛이 고작 13살의 것이었는데. 참 무서운 사회였다.
추가로 말하는데 그 백불은 사실 큰 돈은 아니었다. 비싼 제품들을 쓸어담아 되파려고 했던 애들은 아니었고 정말 본인들이 쓰려는 제품들을 훔쳤더라. 비즈 헤어밴드 염색약 뭐 그런 것들. 그건 또 그거나름대로 기분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