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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봉 Apr 20. 2022

뉴욕스러운 따듯함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만난 응원 퍼포먼스

맨해튼 어딘가에서 집에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지하철 지하도로 들어가고 있는데 항상 들리던 흥겨운 버스킹 소리가 아닌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소리가 났다. 데모나 싸움판이 일어난 것처럼 소란스러웠고 터널 안에서 메아리치면서 그 소리는 증폭이 되어 매우 소란스러웠다.


소리의 발원지에 점점 가까워지자 그 소리는 싸우는 소리가 아닌 환호하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으로 들어가는 터널을 조금 더 들어가자 터널 양쪽 끝에 사람들이 줄 서서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환호를 하고 있었다. 퍼포먼스를 하는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 같았는데 그들의 모습은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병사들을 축하해주는 시민들의 모습 같았다. 그들이 사람들을 향해 “잘했어” “넌 최고야” 이런 응원의 말들을 외쳤다. 그들의 모든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확실한 것 그들의 단어에서는 따듯함과 기운을 불어넣는 바이브가 느껴졌다.


내가 그들 앞을 지나가자 향해 웃어주며 하이파이브 모션을 취해줬다. 그들의 에너지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지나갔다. 그들을 지나 개찰구에 도착했을 때 왠지 아쉬운 감정이 남았다. 응원이라 하면 경기장의 선수들이나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를 지지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어떤 대단한(?) 사람들의 전유물인 많은 사람들의 응원이 우리 같은 소시민들에게 향하다니... 그들의 발상이 너무 참신했고 그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래서 그들이 뿜어낸 밝은 에너지를 다시 받고 싶었고, 나도 사람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그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들은 여전히 사람들을 향해 목청껏 응원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멈춰 퇴근길을 축제로 만들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다 아이패드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영상을 찍으며 그들을 지나가자  “good boy!”라고 외치며 다시 한번 하이파이브를 해줬다.

나도 그 기운에 이끌려 무리 옆에서 서서 퇴근하는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같이 치고 환호를 했다.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피씩 웃는 사람을 볼 때마다 괜한 좋은 감정이 올라왔다. 예상치 못한 응원 행렬이 여행자인 나에게도 뭉클한데 오늘 하루 힘들고 안 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에겐 얼마나 힘이 되었을까? 한국에 돌아간다면 종로나 강남에서 해보고 싶은 퍼포먼스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아직까지 시도를 못 했지만...


얼마 전 인스타에 50일 동안 칭찬받은 여자가 변신한 피드를 보았다. 일본 방송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50일 동안 이탈리아 미남에게 칭찬을 받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자는 칭찬의 힘으로 자기 관리를 하게 되었고 발전된 모습에 성격까지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칭찬보다는 작은 실수나 허점에 무차별적인 지적과 공격이 만연한 시대에 칭찬과 격려가 가진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피드였다.


그녀가 변신을 하게 된 것 처럼, 나도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칭찬과 응원이 있었다. 빈말일지도 모르지만 내 글들에 대해  '잘 쓴다', '느낌이 좋다' 등의 작은 칭찬을 들었고 이 칭찬들이 모여 용기가 샘솟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조금씩 글을 쓰게 되었고, 나의 여행 에세이를 브런치에 연재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칭찬과 응원의 위력을 우린 이미 알고 있지만, 실 생활에선 잘 하지 못 하고 있다.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불평과 불만을 잘 표현하지만 잘한 것에 대한 칭찬은 왠지 인색해진다. 그렇기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칭찬과 응원을 해줄 생각을 한 그들에게서 뉴욕스러운 따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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