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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새벽 Aug 02. 2022

Mom's heart

아이의 아가 시절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신랑의 인스타를 보았다. 별다른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닌데 페북이든 인스타든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며칠 전 인스타 가입도 처음, 결혼 8년 차에 신랑의 SNS도 처음 보았던 것이다. 신랑은 사회적 소통이 목적이 아니라 아이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간직해두고 싶어서 인스타를 한다고 했다.

 

 8살인 첫째는 앞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벌써 올라오고 있는데 신랑의 인스타 속 첫째는 이제 겨우 유치가 올라오고 있다. 요즘 못하는 말이 없어서 나를 부글거리게 하는 첫째는 인스타 속에서 옹알이를 한다.


 아이가 이미 큰데 부모의 프사에 아이의 어린 시절 모습이 올라와 있다면 그때 그 모습이 그립다, 지금은 내 속을 터지게 하지만.이라는 의미라고 육아 선배가 하는 말을 들었다. 그때 첫째가 서너 살이 겨우 됐을 무렵이다. 왠지 씁쓸하게 들렸던 그 말이 요즘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첫째, 둘째가 남자아이들이라 아직도 아빠가 손수 머리를 다듬어 주곤 한다. 며칠 전 짧게 머리를 자르고 나니 아가 때 모습이 보인다. 부디 아이들 머리를 자주 짧게 다듬어 달라고 신랑에게 부탁했다. 그리운 그때의 모습을 더 오래 보게 해 달라고. 그래서 가끔 속이 터지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 하는 마음으로 여유롭게 대할 수 있도록. 그 앳된 모습이 남아있는 얼굴을 보면서 말이다. 그때 육아 선배가 프사에 아이들의 어린 시절 모습을 올려대곤 했던 것도 아이들을 좀 더 여유롭게 대하길 원하는 마음, 아이들을 좀 더 아이답게 대하길 원하는 마음에서가 아니었을까 한다.


 아가처럼 짧은 머리를 한 첫째와 오랜만에 체스를 두었다. 체스를 잘하는 첫째는 나에게 자주 이긴다. 그런데 웬일로 오늘은 사정없이 지고 있다. 아직도 앞니 빠진 자리가 훤한 첫째가 "졌어. 망했어." 이러는데 평소라면 여유롭게 받아주기 힘든 징징거림이 오늘따라 웃기고 사랑스럽다. 어제 봤던 인스타 속 첫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그렇게 귀여워했던 그 모습이었다. 지금의 첫째에게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가 때의 모습을 보며 그 아기가 자라서 이 아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아가 때의 첫째와 지금의 첫째가 다른 아이가 아니라 같은 아이였다. 당연한 그 연속성을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 안에 사랑이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아이를 주님처럼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많다. 옛날의 엄마들은 잘 하지 않았을 그 기도를 요즘의 엄마들은 자주 한다. 엄마인데도 자녀에 대한 사랑이 없는 것 같아서 괴롭다.


 그런데 주님은 엄마를, 우리를 그렇게 짓지 않으셨다. 자녀를, 아이를,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엄마 안에 태초부터 이미 만들어놓으셨다. 지금은 많이 자란 그 아기가 너무 예뻐서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릴 줄 모르게 사랑한 적이 있다면 지금의 아이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 주님은 우리를, 엄마를 사랑이 많은 존재로 처음부터 그렇게 지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엄마를 속이는지. 네 안에 사랑이 없다, 그래서 육아가 얼마나 괴로운지, 육아를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런 식의 거짓말 말이다.


 아직 온전하게 점화되지 않은 작은 불씨. 엄마의 마음이라는 작은 불씨가 엄마로 지으신 누구에게나 있어서 아주 작은 터치에도 불이 활활 붙을  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옛날에는 그렇게 사랑스러웠는데  일이 아니다. 그렇게 사랑스러워했던  모습을 떠올려야  일이다.  안에 잠시 잠잠해 있던 엄마의 심장을 다시 점화시켜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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