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저 필뿐이다.
일요일 오전, 학교 캠퍼스는 한산하다.
평소엔 학생들로 득실거려 보지 못했던, 수업 가느라 여유를 내지 못했던 탓에 볼 수 없었던 학교의 자연 모습을 보게 되었다.
벚꽃축제 시즌은 지났고 한 동안 비가 왔고 꽃 잎들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따스한 햇빛 아래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꽃잎들, 초록빛 새싹을 틔우는 봄나무들,, 그것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풍만해진다.
그런 나무들 사이에 뒤늦게 이제 꽃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햇빛은 모든 나무에 평등하게 내리는데
왜 그 나무만 늦게 꽃을 피울까.
왜 어떤 나무는 줄기가 짧고
왜 어떤 꽃은 다른 꽃들보다 덜 아름다울까.
그런데 그것들을 비교해서 얻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들이 아무리 달라도 꽃은 그 자체로 꽃이다.
그것들이 게으름 피우지 않고
꽃들 피우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는 이유가 있을까.
꽃들은 누군가를 위해 꽃을 피우는 것일까.
그것들은 누구를 위해서, 어떠한 이유로 피우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냥 필뿐이다.
우리 인간은 자신과 남들 사이에 차이를 느끼고 비교한다.
그런데 그렇게 비교해서 얻는 것이 있을까.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삶을 사는 한, 남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게 된다.
나는 나고 남들은 남들이다.
스스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산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그럼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일까.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일까.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사는 걸까? 명성과 지위 얻고 부러움을 받기 위해서 사는 걸까?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어떠한 이유로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도록 요구를 받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살뿐이다.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최선을 다해 살뿐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여기까지 [Zen Wisdom for the Anxious] 책의 '백화춘지위수개', '춘색무고하 화지자단장' 파트에서 일부 발췌하고 제가 느낀 바를 녹여 적은 것입니다.)
가끔 보면 남들과 나의 다른 점을 몸으로 느낀다.
남들보다 습득 능력에 있어 뒤쳐지고 남들보다 행동이 느리다고 생각한다. 남들만큼 적극적이지 못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걷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남들과 비교를 하지만 얻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난 나 스스로를 살아간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한다.
최선을 다해 살지만 뭔가를 이루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닌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사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냥 살아간다. 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며 그냥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