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중요한 것.
'나... 잘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사치다. 그냥 하는 거다.
처음 제품을 접하는 점주님들도 베이커처럼 제품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필요한 부분만 간결하게 넣으려고 했다. 이론 교육은 길어질수록 피곤하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 냉동 생지의 종류와 납품 방식의 이유.
3. 재료 과학 (재료들이 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3-1. 당사에서 사용하는 재료와 등급.
4. 베이글의 특징.
5. 당사 베이글의 특징과 장단점.
6. 종류별 제품 제조 방법.
7. 전처리 및 크림치즈 제조 방법.
8. 위생 관리.
9. 상미 기간표 및 라벨링 작성.
10. 제품이 나오지 않는 이유 Q&A.
실무 부분은 사진을 많이 넣어, 인지하기 쉽게 구성했다. 이론 부분은 그림, 사진을 넣어 시각적으로 전달력을 높였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내용이지만, 전문 용어는 최대한 배제했다.
그렇게 첫 가맹점 계약이 눈앞에 다가왔다.
처음 가맹점을 기점으로 해서 나머지 가맹점들도 순차적으로 오픈하게 되었다.
대구점을 시작으로 전포점, 부산역점, 김해점, 거제고현점.
작년 6월부터 시작된 프랜차이즈는 6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벌써 3년 6개월이 됐다. 직영점 4개를 오픈하며 관리했고, 가맹점을 5개 오픈했다.
처음 입사해서 신메뉴 개발을 시작으로, 인사 관리, 공장과 직영점, 가맹점의 작업 동선을 짜고,
재료가 바뀌면 공장에서 레시피를 조정했으며, 책이나 영상 교육 자료와 매뉴얼을 직접 만들었다.
많은 일을 직접 해내며 회사는 점점 커졌고, 회사에서도 내 입지는 올라갔다.
많은 일을 짧은 시간 안에 해내고 나니 장단점이 있었다.
장점은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일을 했다는 건 충분히 나에게 큰 자산이 됐다. 나는 지금껏 회사가 좀 컸어도 한 부서의 장(長)으로서의 일을 해왔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직영점을 관리하는 팀장들위에서 내가 있어야 했고, 늘 해온 방식으로는 일을 처리하기가 힘들었다. 성향상 내 손길이 닿아야 만족하는 편이었는데, 그게 불가능하고 정신적으로 많은 압박이 왔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길수록 더욱 힘들었다.
내가 진행했던 방식은 각 팀장들에게 보고서를 쓰게 하고 소통했다. 사실 보고서는 보고를 받기 위한 수단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팀장들에게 직원들을 관리하는 포인트를 전달하는 인사 쪽을 더 강화해서 양식을 만들었고 보고를 받았다. 늘 내가 관리하고 내가 있었던 자리에 각 점 팀장들이 그 자리를 맡게 되었다. 팀장들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당연히 나만큼 팀원들에 대한 이해도나 액션도 약할 거라 생각했다. 그걸 알아본 팀원들과 팀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보고서를 바탕으로 각 점의 시스템을 새로 만들며 점검했고, 팀장들을 통해서 작게나마 리더십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어떨 땐 보고서 답변을 보고서 보다 더 쓸 때도 많았다. 이제 각 팀장들은 1년이 지나 어엿한 한 매장의 베이커리팀의 리더가 되어 직원들을 잘 보살피고 있어서 크게 걱정할 일이 없다. 그런 부분이 너무 뿌듯했다.
공장설립, 해썹시스템을 처음 진행해 봤다. 사실 공장설립은 3번 정도 경험이 있었으나, 5년 전쯤부터 제과제빵납품시설은 필수로 해썹을 진행해야 해서 해썹공장을 직접 세팅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경험을 했었는데, 직영점이랑 같이 진행을 해서 지금까지 회사에서 일한 어떤 프로젝트 보다 힘들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게 아주 많았다.
점주님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이론교육, 영상촬영 편집 등 회사가 작으니, 내가 직접적으로 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 일들을 도맡아서 했다. 이론교육은 책과 인터넷, 내가 겪었던 데이터들을 조합해 교육자료로 만들었고, 실습이나 실무교육은 커리큘럼에 맞게 진행하며 직원들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영상촬영과 편집은 배운 적이 없었으나, 쉬운 프로그램을 쓰고, 카메라를 사서 직접 영상촬영하고 컷편집, 더빙해서 자막까지 넣었다. 물론 전문적인 콘텐츠보다는 영상미나 퀄리티는 떨어질지 몰라도 나름 잘했다고 생각한다. 더빙을 하면서 원테이크로 말하면서 말하기 연습이나 내 말투나 쓸데없는 추임새 같은 것도 많이 알게 됐다. 이런 자료들을 만들면서 정리가 되고,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없어졌다.
다른 사업체 대표님이나 실무자들이랑 미팅도 많이 했고, 재료를 납품했던 관리자와도 소통을 많이 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됐다. 그 덕에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안 좋은 점은 역시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지친 내 감정상태다. 사실 몸이 힘들어도 정신이 버텨주면 가능한데,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이유가 있었다.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과 결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나는 일을 하면서 그걸 많이 느꼈다. 그리고 그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내 일을 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내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만들어가고 싶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일을 겪어도, 내 매장을 해봤어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르다. 다시 꿈을 꾸고 다시 도전하고 싶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갖고 나는 다시 나아가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0'에서부터 시작할 거다.
나에게 무서운 건 멈추는 거다.
안주하는 거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거다.
그런 불치병에 걸렸다.
내 선택들이 만들어 낸 오늘. 완(完)
아니, 재개(再開).
내 이야기는 당연히 아직 미완(未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