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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Jul 19. 2024

신축 vs 구축. 탑층 vs 1층. 하남 vs 강남

여섯 번째 집 - 미사강변도시 33평 아파트 23층 2




1억 가까이 손해를 보고 매수했던 일원동 아파트는 반년 만에 실거래 기준으로 3억이 넘는 상승을 기록했다. 들어가서 살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편이 갑자기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후에 알았는데 오스틀로이드 작가의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한다.

일원동을 매수할 당시의 갭이면 반래퍼나 타펠블록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었는데, 반년 사이에 이미 갭이 더 벌어진 것이다.


남편은 스무 살 때 KT&G 본사 탑층 웨딩홀에서 설거지 알바를 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타워팰리스의 야경을 보며 반드시 저기로 가겠다 다짐했다고 한다.

타 맞은 남편은 매수한 지 일 년도 안된 집을 다시 부동산에 내놓고 도곡동 임장을 시작했다.


"여보세요, 나 OO 와있는데 여기 로비도 엄청 고급스렇고 좋네. 집도 딱 마음에 들어. 여기 해야겠어."




통보였다.

일원동 집은 실거래보다 1억 넘게 싼 급매로 올렸고 3일 만에 매도되었다. 계약금을 받자마자 도곡동 주복으로 보냈다.

세 번째 우리 집..이 될 뻔한 곳은 2019년 봄에 찾아왔다가 다음 봄을 맞이하지 못했다. 애증의 눈길만 받은 채 그해 겨울 다음 주인에게 넘어갔다. 


같은 아파트의 넓은 평수에서 살다가 이사 가면 된다며 설득했다. 재건축 투자, 인플레이션, 전세 상승분 등등의 논리를 가져다 붙였다.

기존 집주인이 1년 가까이 임차로 살다가 이사를 나가고, 새로운 임차인을 받으며 전세금을 2억 가까이 올려 받았다. 대출금을 일부 갚았다.

몇 천만 원 남은 돈은 탈탈 털어 오피스텔까지 알차게 매수했다.


부동산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

이건 매도자가 사는 거고, 저건 매수자가 사는 거라며 씀씀이도 헤퍼졌다.




첫째가 7살 새 학기를 맞기 전에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부동산 상승은 전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 물건이 귀해 몇 명씩 줄을 서서 집을 보는 희귀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월세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사할 동네는 정했는데 매물이 없었다. 나오자마자 사라지기 일쑤였다.


실시간으로 매물 정보를 보면서 남편과 정보를 교환했다. 30평대 집 1층 월세가 나왔다.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혼자 집을 보러 갔다. 괜찮은 것 같다고 여기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날 바로 계약금을 보냈다.


신축에서 구축으로.

탑층에서 1층으로.

하남에서 강남으로.


집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강남은 강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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