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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Jul 24. 2024

강남구민이 되었다

일곱 번째 집 - 94년생 31평 아파트 1층 1



일원동에 이사할 집을 구했다.

거실 창으로 우리가 매수(곧바로 매도) 했던 7층 집이 보이는, 바로 옆동의 1층 집이었다.


학군도 좋고 아이들 키우기도 편한 이 동네에서 10년 정도 살고, 첫째가 고등학교 배정받기 전에 도곡동으로 들어갈 계획이었다. 남편은 금리가 유지되고 10년간 자금을 열심히 모으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가계부를 써오던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가장이 확신을 가지니 따라 보기로 했다.


비슷한 평수였지만 서비스 면적이 차이나고 수납공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수납장 여러 개를 구입하고 부엌 팬트리에 보관해 둔 짐은 반 이상 정리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적응이다. 첫째의 부적응 사건을 겪었기에 집 컨디션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

월세를 일찍 구했다. 보증금 낮은 매물이 워낙 귀했어서 날짜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3주 정도 집이 비게 되었다.


밝은 색으로 도배장판을 새로 했다. 수납장을 미리 넣고 장난감을 틈틈이 옮겨놓았다. 부엌놀이 장난감도 새로 구입해서 조립해 놓았다. 거실 한편에는 아기자기한 텐트도 하나 설치해 두었다. 아이들 등원시켜 놓고 일주일에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이사할 집에 놀러 가서 공놀이하고 뛰어놀았다. 우리 여기로 이사 올 건데 바로 앞에 놀이터도 있고 너무 좋지 않냐며 세뇌시켰다.




2021년 2월 22일.

여섯 번째 집에서 1년 6개월 살고 이사했다.

강남구민이 되었다.


직전 이사업체에서 진행했다. 견적 온 실장님을 네 번째 만났다. 이제는 얼굴이랑 이름도 아신다. 이사를 또 가냐며 놀라워한다.


스타일러를 떨어뜨려 액정에 금이 가는 사고가 있었다. AS를 받아다 주겠다고 가져갔다. 결국 수리가 불가능했고 이사비에 맞먹는 금액을 보상받았다. 역시 이사도 대기업이다.




이사를 마무리하고 하루종일 외갓집에 있었던 아이들을 데려왔다. 짐이 채워지니 집이 한결 편하게 느껴졌다.


자려고 누웠는데 아무리 난방기 온도를 올려도 냉기만 가득하다. 바닥은 냉골이고 방 온도는 18도에서 올라가지를 않는다. 아이들 감기라도 걸릴까 봐 잠을 설쳐가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관리실 직원에게 연락했다.


집이 비어있을 때 친정아빠가 전기를 봐준다며 들렸던 적이 있다. 싱크대 아래 난방 분배기수동밸브가 배관이랑 직각으로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셨다. 이러면 밸브가 잠겨있어 동파 생긴다고, 빈 집도 겨울에는 난방을 해두어야 한단다. 배관이랑 일직선이 되게 밸브를 돌려놓으셨다. (이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원래는 이게 밸브가 열린 상태


관리실 직원분은 여기가 특이하게 밸브가 반대라고, 수직으로 돌려놔야 밸브가 열리는 거라고 한다. .....


일단 첫인상은 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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