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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Jul 26. 2024

구축 아파트 1층에서 살아남기

일곱 번째 집 - 94년생 31평 아파트 1층 2



1층은 기동성이 최고다. 재활용도 금방 버리고 외출하다가 깜박한 물건이 있으면 아이들 잠깐 차에 있으라 하고 다녀와도 문제없었다.


아이들은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적응을 잘했다.

바로 앞 놀이터는 수시로 놀러 나가고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동네 친구도 금방 사귀었다.


문제는 나였다. 

나 혼자 적응을 못했다.


거실 블라인드는 늘 내려놓아야 했고 창에 바짝 붙어 올려다봐야만 하늘이 겨우 보였다.

방법창과 블라인드의 조화가 꼭 감옥 창 같았다.

(다녀와 본 적은 없지만..)


반찬이 담긴 플라스틱 통들이 말끔하게 줄 맞춰 있고, 골라 담기만 하던 되었던 반찬가게가 그리웠다. 낡은 상가 벽에 걸린 학원 간판들. 처에 음식점이 없어 배달비는 기본이 4천 원이었다.




구축 아파트 사이드 1층.

겨울에 추울 조건은 다 갖추어 있었다.


거실 확장을 는데 난방이 깔려 있었다. 원래 베란다였던 자리에 가면 발이 다 시린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3년을 살면서 하나씩 하나씩 생활력을 키워가게 되었다.


첫겨울에는 놀이매트 두 개 위에 온수매트를 깔았다. 바닥 찬 기운은 막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웃풍때문에 추웠다. 온풍기를 구입했다. 

온수매트와 온풍기를 틀어놓고 에어프라이를 돌리면서 인덕선 2구를 이용해 요리했더니 전기가 나간 적도 두어 번 있었다.


덕분에 한겨울 전기요금만 15만 원, 난방비가 13만 원. 관리비가 기본 50만 원이 넘어갔다.

대신 여름은 시원하다. 여름 전기비용을 아껴 겨울에 사용하자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그래도 지내보니 추운 것보다는 더운 게 낫더라.


가장 효과가 있던 단열 방법은 커튼이었다.

두 번째 겨울에는 거실과 베란다 경계선에 압축봉으로 커튼을 달았다. 거실 온도가 금방 올라갔다. 덕분에 온수매도 온풍기도 거의 틀지 않았다.



북쪽 베란다에는 결로가 심각했다.

창문을 조금 열어두면 벌레가 들어오고 닫아놓으면 벽에서 비가 내렸다. 봄이면 마스크를 두 개씩 끼고 대대적인 청소를 해야만 했다. 이백이나 되는 월세를 내면서 이러고 살아야 되나 현타가 왔다.


무엇이든 방법은 있는 법.

다음 겨울, 베란다에 24시간 제습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유레카! 거짓말처럼 겨울 내내 단 한 방울의 물방울도 맺히지 않았다. 통을 매일 한두번씩 비워줘야 했지만...!




계약 만료일 3개월 전이 되었다. 시세는 입주 당시와 비슷했다. 갱신권을 사용해 월세를 5프로 올리는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년 후면 도곡동 우리 집의 전세 만료일이다. 전세금 5프로만 올려 받아도 얼마야. (아싸!)


앗.


꿈에 부푼 것도 잠시.

계약서를 쓰기가 무섭게 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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