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AGE Jul 31. 2024

전세 만기되면 이사 가려고 합니다.

일곱 번째 집 - 94년생 31평 아파트 1층 3



부동산 가격이 쭉쭉 빠지기 시작했다.

우리도 못 이기는 척 5프로만 올리던지, 갱신권 안 쓰는 조건으로 연장하는 것까지 생각해 놓았다. 이사 경지역 간 이동을 생각하면 임차인 역시 남는 걸 선택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다.


작년 3 초,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 남편 폰 알림이 울렸다.

계약 만료일에 나가겠다는 임차인의 문자였다. 급 얼음 상태가 되었다.



임차인 역시 당시가 투자 기회라 생각했던 것 같다.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고 매수를 할 계획이라 한다.(남편이 임차인과 관계가 좋았어서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


이미 전세가는 2년 전보다 계속해서 빠지고 있는 중이었다. 월세를 줄 테니 제발 살아달라고 해볼까 별 생각을 다했지만 들을 리 없을 것이다. 여력이 있으면 투자할 기회였으니 말이다.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5천, 1억을 싸게 내놓아도 전세가 나가지 않았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 저렴한 조건을 찾아 이사를 가기 시작했고 도곡동에 있는 주상복합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두 달 동안 임차인이 안 구해지고, 우리는 역전세로 돌려줘야 할 자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았다.

우리가 주담대를 받는 조건으로 반전세 제안이 들어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담대가 가능했고 그렇게 우리는 당시 최저 거래금액으로 계약서를 적었다.


임차인은 같은 주복에 살던 부부였다. 살던 집의 임대인 역시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온다고 했단다. 본인들도 집이 두 개가 있는데 역전세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란다.

결국 우리가 제일 손해 보는 것 같은데..ㅠ 


상당한 이자 부담을 떠안으며 전세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5천만 원 올랐던 오피스텔 역시 힘없이 무너졌다. 목돈이 필요해 손해를 감수하고 샀던 금액에 다시 내놨지만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여기 역전세도 문제다. 큰일이다.

가계가 휘청거렸다. 나만 믿으라던 남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경매 위기까지 갈 뻔했다.




나도 살림에 어떻게든 보템이 되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배민라이더에 가입하고 쿠팡 파트너스에도 개인정보를 넘겼다. 이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견적이 안 나왔다.


고민 끝에 아이 돌봄 플랫폼에서 일하기로 결정하고 지원서를 냈다. 자기소개 동영상도 찍고 교육도 듣고 과제도 냈다. 선생님을 부르려고 찾아봤던 앱이었는데 내가 여기 선생님이 될 줄이야.


자기소개 동영상ㅎㅎ


내가 가끔 무기력할 때면 남편은 늘 '일 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도 된다'라고 했었다. 진심이라면서. 그런데 이제는 나보고 경제활동을 시작해야 될 거 같다고 한다.

내 참..






이전 17화 구축 아파트 1층에서 살아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