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 간 사이 몇 시간 만이라도 일을 찾아다녔다. 가용 시간이 얼마 없기도 했고,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 가 있는 시간에는 다른 아이들도 집에 없으니 돌봄 수요 자체가 얼마 없었다.(이걸 생각 못했다....ㅠ) 다행히 정기 수업이 생겨 월 몇 십만 원 정도는 수익이 생겼다.
오피스텔 만기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또다시 목돈이 필요했다. 우리가 살던 집 임대인과 이야기해서 보증금을 더 내리고 월세를 올렸다. 그러다결국 이사를 결심했다.
같은 단지의 작은 평수로 이사하자 결정하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전에 매매했던 동의 14층 집이 나왔다. 보증금과 월세 모두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로열층이라 해가 잘 들고 1층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의 니즈와 맞았다. 평수는 작아지지만 관리비 역시 줄어들 테니 1년 이상만 살면 이사비는 나올 것이란 판단을 했다.
보즘금이 7천만 원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전세대출을 70프로 받겠다는 말에 임대인 흔들렸다. 계속 의심의 눈빛.
그간의 월세 납입 내역을 뽑아 보내고 남편 명함을 찍어 보내고 상황을 설명하고.. 몇 번의 설득 끝에 계약서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도곡동 소유주인데 비참하다...)
전업주부도 전세자금대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수입으로 인정해 준다. 상담 당시 70프로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많이 쓰긴 했구나..ㅎㅎ)철석같이 믿고 이사와 대출 과정을 진행했다.
그런데 막상 대출 실행을 하려고 하니 50%가 안 되는 금액만 가능하단다. 멘붕..ㅠ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마침 중도금 갚을 돈이 통장에 막 들어와서 은행에 보내려던 참이었는데 내가 그때 딱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자를 드리는 조건으로 우리가 빌리기로 했다. 아예 망하게 되지는 않는구나.
겨우겨우겨우 살아남았다.
아이들이 뛰어도 스트레스 없고, 살 방법도 찾아가며 나름 만족했던 1층 생활을 정리하게 되었다. 시원섭섭했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으로 이사 간다고 오히려 좋아했다. 엘리베이터도 드디어 탈 수 있다면서! (서로 버튼 누르겠다고 싸울 게 뻔했으니 나는 한숨만 나왔지만.)
31평에서 24평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이사 갈 집의 레이아웃을 찾아 가지고 갈 가전과 가구를 추려봤다.
10년 이상 고집한 통돌이 세탁기를 드디어 드럼으로 바꾸기로 한다. 넉넉하게 사용했던 냉장고와 김냉도 콤팩트한 사이즈로 바꾸고.
아이들 2층침대를 사주고 야심차게 구입한, 1년도 안된 퀸 침대를 버리고 남편 혼자 잘 싱글 침대를 구입하기로 했다. (나는 퀸 침대에서 두 번 정도 잤나 보다..)생각보다 가전 가구 구입비가 많이 든다. 이런.
다 비웠다!
소파는 깨끗이 포기, 아이들 교구며 책 장난감도 반은 물려주고 팔고 버렸다. 이제야 세 번의 이사동안 그저 바리바리 싸들고만 다녔던 물건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