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출내기 Dec 24. 2024

눈 덮인 백지

오래간만에 숨 가쁘게 쏟아지는 일을 12시간 넘게 이리저리 정리하고 치우고 처리해 봅니다. 그래도 끝나지 않은 일들을 애써 노트북을 덮으며 이렇게 쳐내다 보면 언젠가는 잦아들겠지 희망을 담아 속으로 중얼거려 봅니다.


연초부터 준비하던 일들이 어느덧 하나둘 현실이 되고, 그 결과로 12월부터는 눈이 펑펑 내리고 쌓인 새로운 곳에 - 카자흐스탄 - 에 와서 2D 보고서에만 존재하던 일들을 5D로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시간들은 비교적 평화롭고 한가로웠습니다. 지난 글들을 보면, 답답했던 현실과 리더십과 회사에 분통 터져하던 날들도 떠오르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보면 그랬습니다. 누구라도 적당히 살아갈 수 있는 이미 잘 정리된 생활과 내가 애쓰던, 포기하던 그들만의 원칙으로 고고하게 흘러가던 일의 현장이, 돌이켜보면 참 잔잔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의 기회가 생겼을 때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뻔히 보이는 그 일의 바다에 다시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아직은 한창 더 일해야 하는 나이 - 40대 - 리서 어렵게 결정을 내렸습니다. 아직은 새로운 일과 도전을 멈추기는 이르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일을 보면 벌써부터 괜한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회사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이 생깁니다.

내가 지금 최선을 다 하는 이 일들이, 새롭게 만들어 가는 이 일들이, 함께하게 될 많은 사람들에게 탁월하고 멋진 영향력으로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보람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터를 꿈꿔왔던 저에게 주어진 이 커다란 백지에 멋진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독일에서 답답함으로 토로했던 많은 아쉬움들이 이젠 내가 만들어가야 할 일이 되었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