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0] 이혼하러 갑니다

후회... 그리고 현타...

by 나저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마음 속에 후회의 감정이 몰려온다. 자주 있는 일이라 익숙하지만,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후회의 감정은 언제나 비슷한 거 같다. "내가 이때 이랬으면, 이렇게 행동했더라면... 조금 더 이해해 주고 사랑해 줬더라면... 양보했더라면..."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후회의 감정이 밀려오는 것이다. 이렇듯 후회의 감정이 몰아칠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저, 후회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온몸으로 맞아주는 것뿐...





어느 정도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면, 그 후엔 자기 환멸의 감정이 생긴다. "내가 잘못한 걸까? 내가 너무 매정했던 걸까? 내가 무엇을 잘 못 했던 걸까? 내가 잘못이었던 거겠지?" 등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에게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훨씬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최악인 건, 나에게 아직 기회가 있고, 지금이라도 내가 노력하면 지금 이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상대가 마음을 고쳐 먹고 우리는 행복하게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는 것이다.




이미 이혼하기로 결정하고, 별거를 하면서 이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왜 이런 희망의 감정을 품고 또 자기를 책망하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 중에서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나에게 이러한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것에 대한 이중성이다. 이혼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며,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이혼을 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이 모든 게 다 내 잘못으로 기인한 것 같다는 생각...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난 위선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가뜩이나 우울한 내 마음에 기름을 끼얹어 버리는 것 같다.




이렇게 한바탕 감정의 폭풍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치 뜨거운 한 여름에 소나기가 내리고 그친 느낌이다. 뜨거운 날씨에 비가 내려서, 오히려 뜨거운 증기를 만들어 내어 시원하기보다는 무언가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은 텁텁함과 끈적거림이 느껴지는 것처럼, 감정의 폭풍 후에 오는 차분함은 나에게 기분 나쁜 끝 맛을 준다. 하지만, 그 기분 나쁜 끝 맛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감정이 차분해지고 난 후에, 다시 한번 우리의 결혼 생활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내려지는 답은 "우리는 다시 좋아질 수 없다."였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신혼 초부터 서로 행복하게 보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언제나 서로 어긋났고, 그걸로 인해 서로 다툼을 많이 했다. 처음엔 결혼생활이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하고 스스로를 바꾸려고 노력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신혼이라 서로 적응기라 싸우는 것이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가면서, 서로 이해 하면서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는 것이 없었다. 그때였던 것 같다. 우리의 부부관계가 여느 부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난 결혼을 하고 생활하면서, 결혼이 행복 하다라 느낀 건, 결혼 후 3개월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다.




과거의 우리 결혼 생활을 보면, 우리는 서로 결혼을 해서는 안되는 가장 최악의 조합을 가지고 있는 부부였다. 아내는 모든 일을 철두철미하게 완수할 수 있는 완벽한 남편을 원했고, 나는 부족한 나 자신을 이해해 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아내를 원했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남자가 될 수 없었고, 그녀 또한 내가 원하는 아내가 될 수 없었다. 모든 가정일을 완벽하게 완수하고, 상대를 이끌고 가는 강한 카리스마가 없었던 천성이 털털하고 실수가 많은 나로서는 그녀의 이해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었고, 그녀는 그렇기에 나 자신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다,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바뀌지 않는 것을 보자, 그 뒤로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했지만, 그 역시도 그녀에겐 버거운 일이었던 것같다. 사실 난 그런 아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을 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 보다는 자기의 기준에 상대를 맞추려하고, 그게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노력을 포기한 아내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포기에 대한 답변은 참 간편하기도 했다. "난 오빠를 받아들이려고 최선을 다했어."




결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뫼비우스의 띠 처럼 반복되는 후회의 감정과 자기혐오는 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감정들에 소모되지 않도록 나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뿐이다.




"넌 충분히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 했어. 남편으로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 했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