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혼을 준비한 방법 - 3번째 이야기
그렇게 내 이혼 절차가 시작되었다. 아내를 위한 변호사를 선임한 후에, 난 아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 내용을 간략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내 측 대리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변호사 측에서 연락이 가면 변호사와 이야기 잘 나누라고 말이다. 예상하듯, 내가 연락을 할 때는 단 한 번도 회신이 없던 아내가, 변호사 선임했으니 이혼 수속 밟자는 나의 이메일엔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바로 회신이 왔다.
합의이혼이 아니라, 변호사를 통한 이혼이라니? 왜?
아내의 회신 메일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변호사를 고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긴장 하나 싶었다. 난 아내와 이혼 관련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간략하게 회신 메일을 보냈다.
변호사 측에서 연락이 가면 그 사람에게 물어봐.
너에게 손해 되는 일은 아닐 테니까 말이야.
그 다음에 아내와 변호사간에 어떤 이야기 들이 오갔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내 측에서 변호사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을 했고(그러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이다), 위임을 받은 변호사는 여러 가지 필요서류들을 준비해서 소송 준비를 했다. 그렇게, 아내가 변호사에게 위임을 한지 한 달 정도가 지난 후에, 난 법원에서 이혼 관련 서류를 공식적으로 받았으며, 그렇게 나의 첫 글이 쓰여진 것이다.
이혼 준비를 하면서, 이혼하는 방식이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의이혼도 있고, 소송을 통한 조정이혼도 있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나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상대의 대리인 (변호사)을 선임해서 이혼 수속을 밟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내가 모르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내 사례는 희귀한 케이스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한다.
법원에서 소송에 대한 서류를 받고, 난 그에 응한다는 공식 서신을 법원에 등기로 회신했다. 그 후는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이혼소송 일자가 잡혔고, 그 뒤에 아내와 이혼 조건을 논의 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내가 아니라, 내가 선임한 변호사하고 했지만 말이다. 이혼에 대한 조건은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원래 합의 이혼으로 하려 했던 부분이라, 서로가 이혼 후의 재산에 대해 소송 등과 같은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국민연금 분할 중지 신청에 대한 조항이 주요 내용이었다. 여기서 국민연금 분할 중지 신청이란 게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이번에 이혼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이혼을 하고 난 후에, 해당 연금 분할 중지 신청을 하지 않으면, 노후에 연금을 수령할 때, 내가 받아야 하는 연금에서 일정 금액을 이혼한 아내에게 지급하게 되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결혼기간이 5년이 넘으면, 배우자 측에서 연금 분할 지급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해 줬다. 그리고, 내가 이혼할 때 그 내용을 명기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아내는 분할 수급을 신청할 자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었다. 내가 연금을 받는 전 기간 동안 말이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경제적으로 기여를 하지 않았고, 가사를 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이 제도 자체는 정말 좋은 것이다. 경제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정책이겠지만, 나의 상황에서는 너무나도 불합리한 정책인 것이었다. 다행히 변호사 측에서 해당 정보를 알려줬고, 이혼소송의 조건에 연금 분할 중지에 사안을 추가할 수 있었다.
이번 이혼소송을 밟으면서 내가 느낀 게 하나 있다면, 이혼도 전략적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즉,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것에 대해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합의이혼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안도,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가급적 변호사를 통한 조정이혼을 하는 것을 난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조정이혼으로 하면, 대리인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상대와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법적으로 나에게 피해가 올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합의이혼의 경우, 숙려기간이 있지만, 조정이혼의 경우에는 숙려기간이 없이 바로 판결이 난다. 게다 판결의 효력은 대법원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아서, 항소를 할 수도 없다. 사실 나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내 돈을 들여 말도 안 되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나에게도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서, 변호사를 선임한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의 이혼이라는 목적지를 향한 긴 여정의 끝으로 가는 여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