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이혼하러 갑니다

내가 이혼을 준비한 방법 - 2번째 이야기

by 나저씨

도대체 어떤 방법이 있고, 그 방법이 무엇이길래 내가 싫어할 것이라 말하는지 몰랐지만, 난 물속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변호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조정이혼으로 가면 돼요. 즉, 선생님이 저를 고용하시는 거예요.
단, 선생님의 대변인이 아니라 선생님 아내의 대변인으로요.
그렇게 해서, 제가 아내의 대변인이 되면, 아내분께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서,
제가 선생님 아내의 대리인으로서 선생님과 함께
국내에서 이혼 수속을 밟을 수 있어요.



처음엔 이해가 선뜻 되지 않았다.


머라고? 내가 변호사를 고용하는데, 내 대리인이 아니라,
아내의 대리인을 대신 고용해 주는 거라고?

순간 내가 변호사의 말을 잘 못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변호사를 고용하는데, 아내 대리인이 될 변호사를 고용한다고? 내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자, 변호사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어차피 선생님 아내분께서는 이혼을 원하는 상황이잖아요.
이 방법으로 하면, 숙려기간 없이 바로 이혼이 성립될 수 있어요.

변호사의 말에 난 질문을 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번 이혼에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으려고 할 텐데요


변호사는 나를 바라보며 내가 어떻게 이야기해야 이해를 할 수 있을지를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렇게, 변호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난 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잖아요. 선생님이 아내의 대리인 자격으로서
저를 고용하시는 거예요. 물론, 변호사비는 선생님께서 부담하셔야겠지만요.
제가 보기엔 이게 가장 깔끔하고 빠르게 이혼을 진행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났다. 이혼을 하는데, 아내의 대리인을 내 돈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게다가, 아내는 이혼을 위해 준비하는 것은 변호사에게 제출하는 위임장 한 장이 전부라는 것을 듣고는 잠시 할 말을 읽고 자리에 푹 주저앉고 말았다. 난 법원에서 서류도 받고, 법정에 출석도 하고, 이거 저거 서류도 제출을 해야 하는데 아내는 내가 고용한 변호사를 통해 편하게 이혼 수속을 밟는다는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지만,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아니 선택권이 아예 없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았다.




변호사에게 며칠의 시간을 달라 이야기했고, 변호사가 이야기해 준 방법을 2달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내가 변호사를 고용해서 이혼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하여 이혼 절차 진행을 의뢰했다.




그렇게, 우리의 이혼절차는 누가 보기에도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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