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의 힘
아침 6시 30분이 되면, 일어날 시간이라며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어댄다. 알람을 끄고 일어나,
어제 저녁에 미리 꺼내둔 빵을 반으로 잘라
에어프라이어에 넣는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
전날 씻고 잔 정도의 '뽀송함'에 따라 세수로 끝낼지,
샤워까지 할지 대충 결정한다. 몸을 깨끗이 씻고 나와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방에서 나오면, 마치 시간을 맞춘 듯
빵이 다 구워져 있다. 구워진 빵을 꺼내 놓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재료들을 모아 샌드위치를 만든다.
어떤 날은 계란프라이를 하나 얹고,
또 어떤 날은 베이컨을 구워 넣는다.
냉장고에 뭐가 남아 있느냐에 따라 재료는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그렇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간단히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주중의 아침은 거의 이 루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빠듯한 날엔 몇 가지 절차가
줄어들거나 생략되기도 하지만,
기본 틀은 늘 비슷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매일 이 아침 루틴을 하는 걸까?
이걸 굳이 이렇게까지 지켜야 할 이유가 있나?'
마음만 먹으면, 그럴듯한 이유를
몇 가지쯤은 늘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거창한 의미는 없다.
나에게 아침 루틴은 그냥 나를 잠에서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예열하는 행위 정도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 루틴을
"큰 의미 없는 습관"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아침 루틴은 이미 내 인생에서
그 이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아침에 일어나 몽롱한 정신을 조금씩 깨우면서,
어제 붙잡고 있었던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오늘 해야 할 일과 일정들을
머릿속으로 차분히 그려본다. 겉으로 보기엔
샌드위치 하나 만들어 먹는 평범한 시간 같지만,
사실은 나 혼자 조용히 마음을 정비하고,
하루라는 전장(戰場)에 나가기 전에 준비물을
체크하는 시간에 더 가깝다.
대수롭지 않은 습관이라 여겼던 이 루틴이,
알고 보니 하루의 시작과 그날의 '질'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거다.
오늘 아침도 나는, 지각할까 봐 서둘러 샌드위치를 먹고
커피 한 잔을 들고 부리나케 집을 나선다.
어김없이 반복된, 하지만 분명 나를 버티게 해주는
그 아침 루틴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