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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 나무향기 Mar 20. 2022

[칼럼]코로나 시대, 청년들에게 보내는 마음편지

      성남시 청소년 재단에서 발간한 2021년 이슈페이퍼 1호 [무망감을 넘어 희망으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125명의 84.8%에 해당하는 수치의 학생들이 ‘무망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망감(hopelessness)은 아무리 노력해도 빠져 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 '무력감(helplessness)'과는 다르다. 즉,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의지에도 앞으로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기인한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면서 발현하는 무망감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20대에서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고, 상담 현장에서도 이들 중 90% 이상은 우울증과 공황장애,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는 등, 우리나라의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필자는 최근 청소년 재단에서 실시한 ‘코로나 시대 힘든 청년들을 위한 심리 전문가와의 만남’ 영상제작을 위해 [청년 마음지기]와 [청년 또래 상담가]를 만나는 기회가 있었다. 영상제작의 컨셉은 재단으로 의뢰된 청년들의 고민 사례를 발췌하여, 심리 전문가를 비롯하여 같은 고민을 안고사는 청년들이 친구들에게 보내는 심리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 오랜만에 청년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잠시 상담 장면을 벗어나, 하루종일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코로나 새내기의 답답함과 2년 내내 백수생활을 하며, 온갖 스펙을 다 거머쥐어도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한 취준생들의 생생한 고민들을 접해보니, 그야말로 이 시대 청년들의 고통이 매우 크게 와 닿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혼신의 힘을 내고 있었는데, 그 절실한 모습을 보며 인생의 선배로서, 괜시리 찹찹한 마음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떤 마음의 힘을 보태야 할까? 심리전문가로서 진심을 다해 이 시대 청년들을 위한 마음 편지를 보내보고자 한다.


먼저, 이번 만남에서 알게 된 또래상담가와 마음지기들을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사실, 나에게 오는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면 가장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라고 물으면, 의외의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 저는 매일 안부 물어주는 따뜻한 친구가 필요해요‘라고 말이다. 인간을 숙주로 한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청년들이 즐겨야 할 관계와 소통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예전같으면 공부가 잘 안될 때, 부모님과 갈등이 생겼을 때, 회사에서 상사에게 지적을 받았을 때, 밖으로 나가 즐겁게 사람을 만나고 놀면 없어졌던 사소한 일상의 고민들 조차도 이제는 쌓이고 쌓여, 큰 우울감으로 다가오게 되니 말이다.


’또래 상담가와 청년 마음지기‘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고민과 마음의 어려움들을 덜어주는 작업을 해 준다. 요즘, 언텍트 시대를 고려해, ”청년마음지기 봄편지“와 같이, 힘든 마음을 적어 보내면 마음지기가 답장을 써주는 형식의 심리개입도 나왔다고 한다. 나와 같은 심리 전문가를 만나기 이전에 친구가 매일 상담을 해주듯이 옆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게 되면, 힘든 청년들의 마음도 조금씩 좋아지리라 본다.      


  두 번째는 [매일매일 자기 돌봄 루틴 만들기]이다. 최면 심리학에서 언급하는 "자기 암시 기법" [다시 한번 일어나보자, 잘해왔어, 힘을 내]와 같이, 내 자신에게 보내는 좋은 말들을 반복해주면, 실제로 긍정적 활동이 일어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즉, 하루의 시작과 끝을 적고, 하루생활 기록표를 적을 때, 나의 작은 심리 힐링을 위한 개입들을 넣어보는 것이다. 아침에는 ”마음세수 심리 기법“처럼, 실제 세수를 하면서 어제까지 힘들었던 내 마음도 세수를 하는 이미지를 그려서, 그 힘든 마음들을 씻어내 보고자 하는 의지를 다져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하루에 10분 자연과 친해지는 가벼운 산책을 통해, 심리적 여유를 가지고, 자기 전에는 ”바디 스캔“을 통해 하루종일 지쳤던 신체를 이완시키면서 하루를 마무리 해보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거꾸로 행동 실천법]이다. 인간은 행동하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거나 마음의 결심을 한 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즉, ”감정-사고-행동“의 패턴으로 대부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요즘처럼 무망감, 무력감으로 우울감이 지배적인 많은 시기에는 이 패턴을 거꾸로 하여, 일상에서의 사소한 ”행동“을 먼저 해보기를 추천한다. 처음에는 하기 싫어서 미루고 있었던 여러 행동들을 실제로 하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다. 특히,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례로, 운동은 시작하기 힘들지만 하고 나면 땀이나고 개운해져서 기분까지 상쾌해질 때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가 먼저 행동한 후, 생각과 감정까지 변화시키게 되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청년들에게도 거꾸로 행동 실천법을 추천해본다. 집 안에서는 자기 방청소를 비롯하여 10분 요가하기, 10분 책 읽기, 10분 산책과 같이, 사소한 활동들을 오래 생각하고 작심하고 실천으로 옮기는게 아닌, 그냥 ”먼저 행동해보는 것“이다. 이후 오는 작은 심리변화들을 감지할 때 비로소 힘든 상황이지만 긍정성을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천천히 미소를 되찾아 결국 기나긴 어둠을 터널도 통과할 수 있으리라 믿어보며, 한사람, 한사람을 모두 실제로 만날 수는 없지만 작은 심리학도로서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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