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데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드나요
오늘 하루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을 생각해본다.
기숙사 하루 숙박비
수도세, 전기세
마실 물
식비
...
체코 프라하에서 교환학생인 나는 해외에서 첫 독립을 했다. 대학생이 되고 서울로 상경하여 기숙사에 사느라 공간적 독립은 했지만 경제적 독립은 처음이다. 내가 모은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 부모님께 선포한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 세상은 그대로이지만 나에게 다르게 다가올 뿐이다. 하루를 살아가는데 돈이 꽤나 많이 필요하다.
1. 공간 값
기숙사 요금을 보면 'per night'으로 하루에 대한 가격이 매겨진다. 그동안 학기 당 한번 기숙사비를 지불해온 것과 달리 per night으로 요금이 적혀 있으니 내가 하루 이 공간에서 머무는 것이 얼마인지 체감하게 된다. 게다가 한 달 숙박비와 별도로 수도세와 전기세가 추가로 청구된다.
2. 물 값
유럽 친구들은 화장실, 주방, 아무 수도꼭지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지만 나는 물을 사 마신다. 몇 푼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디를 가도-학교에서도, 식당에서도 정수기는 없다- 물을 사 마셔야 한다는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3. 음식 값
기숙사에 주방이 있는 만큼 많은 학생들이 직접 요리를 해 먹는데, 시장 물가도 처음 제대로 경험한다. 체코의 식자재가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데 꽤 많은 품이 든다.
모든 비용을 한 번에 청구해주면 그나마 기분이라도 나을 텐데. 온갖 항목을 나누어 청구하니 여러 번 매 맞는 기분이다. 한 달 전기 사용, 한 번 세탁기 사용... 모든 행동에 돈이 청구되니 새삼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다들 교환학생 예산으로 상한선을 정할 때 나는 하한선을 정했다. 스스로 돈을 아끼려는 성향이 너무 강해서 금전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며 여러 경험을 하려면 하한선을 정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당당하게 '난 하한선 정해두고 그만큼 다 쓰고 올 거야'라고 했다. 이 당당한 선포는 채 한 달도 가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식비와 교통비만 생각했다. 그마저도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이었다. 무엇보다 내 수입원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학원 알바를 하고 멘토링을 하고, 대외활동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수입 0원인 상태에서 매일매일 통장에서 나의 소중한 돈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떠오르는가? 활짝 열린 문으로 작고 소중한 동전들이 해맑게 손을 흔들며 나간다.
당장의 수입에 목메지 말고 현재의 시간을 미래의 수입에 투자하자는 다짐을 계속 되뇌어도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것 같은 돈이 너무 싫다. 오늘 아침 기숙사비를 납부하라는 메일이 왔는데 첫 달이라 3, 4월 두 달 치를 한 번에 납부해야 한다.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두 달 치 비용을 한 번에 생각하니 통장이 아프다.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다시 볼 때 과거의 나를 귀여워하는 웃음을 지으면 좋겠다. '겨우 이 금액 가지고 마음 졸였단 말이야?'
한국에서 해도 힘든 독립을 해외에서 독립을 하니 내가 참 기특하다.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칭찬해서 동전들의 빈자리를 채워보아야겠다. 다른 통장에 가서도 잘 살아야 해!
삶의 1인분을 생각해본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세상'이라는 표현이 이제야 다가온다. 그럴수록 함께 기대어 살아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의 몫만 챙기기보다 나의 몫과 주변 사람의 몫을 조금씩 함께 짊어진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적어도 마음의 무게는 줄어들 것 같다.
독립을 해서 각자의 삶을 무게를 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본인의 무게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몫까지 함께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