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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디에?

관계는 어릴 적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여자의 삶은 송두리째 바뀐다. 남자의 삶도 당연히 바뀌지만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다. 여전히 특정한 직업군에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요즘에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도 잘 되어있고 젊은 아빠들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같이 양육을 하니까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아이를 키울 때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있기는 했지만 쓰기 어려웠다. 나도 출산 후 6주만에 복직을 했다. 그 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힘들어도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다녔던 것 같다. 어쨌든 아이를 낳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계셨지만 나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왠만한 회식은 아주 중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눈치껏 빠졌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나 개인의 사적인 시간이나 취미 활동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남편은 회식과 출장과 같은 일과 관련된 일은 당연히 그대로 했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만나는 술자리나 망년회, 운동 등 본인의 일상은 그대로 유지했다. 나의 남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빠가 그랬던 것 같다. 


아빠들은 아이 양육을 자신의 주된 책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좋은 역할만 한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연구 결과들도 그렇다. 매일매일 일상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들은 하지 않고, 가끔씩 하는 일이나 아이와 놀아주면서 본인도 재미있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만 한다는 것이다. 혹은 아예 아이와의 시간을 최소화하고 일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워킹맘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자신의 온전한 책임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주변에서 또다른 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사실상 아빠도 어릴 적부터 아이를 양육하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관계는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좋은 경험과 기억이 쌓여야 관계가 형성된다. 어느날 갑자기 "대화하자"라고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아빠도 같이 적극적으로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떤 50대 남자분이 했던 얘기가 기억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일하느라 거의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단다. 관계도 너무 서먹해서 어느날 아이가 대학생이 된 후 "우리 대화를 하자"라고 해서 같이 마주보고 앉았단다. 할 얘기도 없고 말도 잘 안 통하다 보니 조금 얘기를 하다 약간 언성이 높아졌고, 아들이 "아빠의 대화는 대놓고 화내는 거다"라고 말하면서 나갔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같이 보냈던 시간과 경험이 없으니 서로 이해도 못하고 공감하거나 공유하는 게 없어서 뒤늦게라도 관계를 만들어 보려 해도 안된다는 거였다.   


사실 아이를 기르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짜증나거나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아빠와 엄마 모두 아이를 함께 키우는 마음으로 상대방의 책임이 아니라 자신들의 온전한 책임으로 인식하고 같이 키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엄마들도 아빠들의 양육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로 조율해 가면서 같이 해야 한다. 요즘 부모들은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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