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휙 갔던 이유?
회사, 가정 모두 원만하지 못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2015년을 시작하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특히, 회사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한 놈이 화장품회사에 입사해 메이크업 교육강사를 하다가 상품기획팀으로 옮겨 상품기획, 마케팅 업무를 15년 하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동네에 피자가게를 열었다.
이 가게를 열기까지 난 참 많이 힘들었다.
일종의 창업 사기를 당해 많지도 않았던 전재산을 날릴 뻔했다.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주변에 아는 경찰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이 이야기도 쓰자면 너무 많아서 생략.
피자가게 안에서 영혼을 잃어가며 12개월쯤 되었을 때 다시 한국콜마 마케팅팀에 들어가게 되었고, 딱 10개월 다니고 다시 신규 브랜드 창업회사에 원대한 희망을 품고 입사했으나, 이때가 내 화장품 업력의 암흑기였던 것 같다.
나름 창립멤버였지만, 대우는 속상했다.
하지만 성공한 브랜드의 창립멤버가 된다면 다 보상받을 수 있을 테니 참았다.
사장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론칭시점엔 진짜 150여 품목을 1천 개씩 생산해 명동 매장에 무사히 안착시켰다.
코리아나 다니면서 맺었던 제조사 영업담당이 없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 준비에서 론칭까지의 과정이 6개월여?
나를 꼬셨던 코리아나화장품 출신 친구(개인적으로 많이 신뢰했다)는 사장과의 업무영역 트러블로 일단 회사를 떠났고, 난 남았다.
이때 나도 다른 결정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당시 명동등에서 화장품 브랜드샾으로 꽤 부를 축적했던 사장님과 함께 브랜드 오픈을 했고, 만 5년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사장님과의 의견차이는 늘 있었고, 좁혀지지도 않았고, 신뢰받지도 못했다.
덕분에 난 일을 점점 대강 했고, 정시퇴근했으며, 백두대간을 시작해 2년 만에 마치기까지 했다.
6년 근무동안 급여는 당연히 한 푼도 오르지 않았고, 회사는 항상 적자였다.
상해며, 말레이시아며 박람회도 참가했지만 매력이 없는 브랜드였나 보다.
사장님 핑계를 대지만, 결국 나의 부족함이 내 경력의 모든 책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 나의 아들은 초등학생이었고, 왠지 학업에는 열의가 없는 아이였고, 나는 아들을 살뜰히 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말했고, 아내는 나보다 더 강력하게 비행기표 예매를 명령했다.
가장 저렴한 비행기를 6개월 전에 예매했고, 몽빠르나스에서 생장삐에드뽀흐에 도착하는 떼제베를 예약했다. 온라인으로 말이다. 영어 학습을 하지 않은지 20년쯤 지나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행위는 식은땀이 났다. 각종 참고 글을 찾아가며 어쨌든 성공했다.
그리고 10월에 11월 퇴사를 알렸고, 사장님의 요청으로 12월까지 다녔다.
2016년 1월 6일 아들과 나는 빠리로 가는 air china에 올랐다.
이렇게 떠난 첫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은 두번째 순례길을 떠나게 만들고야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