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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이상하다.

첫 업무 지시

by 이립

약 2주차 동안 스터디를 진행하다가 팀장님께서 숙제를 하나 내주셨다. 이전부터 발생하던 현상이자 문제점에 대하여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정을 데이터로 증명해 보자라는 것이었다.


2주 동안 내가 팀장님에게 느꼈던 개인적인 생각 하나 가 있었다. 팀장님은 무엇인가를 무척 많이 아시는 것 같았지만 메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내가 이해한 것을 확인 질문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을 했었다.


팀장님은 숙제로 A그룹 직군들이 정말로 인사 제도의 불이익을 받는 직급인지 확인해 보자 하셨다. 나는 팀장님께 A그룹들의 a, b, c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값이 들어가 있게 데이터를 정리해 주면 되겠냐 확인 질문을 했다. 팀장님은 그렇다고 하셨다.


엑셀로 무엇인가를 정리하고 데이터로 보여주는 작업은 자신이 있었기에 후다닥 자료를 만들어 보고를 드리기로 하였다. 팀장님께서는 팀원들과 다 같이 자료를 보자고 하셨다.


회의실에 모여서 엑셀 자료를 보여드리며 보고 드리는 도중 팀장님께서 갑자기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셨다. 나는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화를 내시면서 A그룹군의 데이터만 뽑아오면 끝이냐고 하셨다. 불같이 화를 내시면서 저게 끝이냐고 하시면서 저 데이터가 맞느냐라고 하셨다.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맨 처음 업무 지시를 하셨을 때 내가 잘 알아들은 건지 잘 못 알아들은 건지 혼란이 왔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입사 3주차때 처음으로 혼이 났다.


팀장님은 화를 내신 후 어떤 자료를 뽑아야 할지 팀 동료에게 물어보고 다시 보고하라 하였다. 문제는 팀 동료도 팀장님이 말씀하신 의도가 무엇인 지 정확히 모르는 것 같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나와 상관없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잠깐의 회의 때 내용으로 팀장의 의도를 어떻게 다 파악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나는 아직 이방인이었기에 팀 동료가 하라는 데로 지료를 만들었다.


자료가 다 완성된 이후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아직 전학생의 신분으로 조직과 업무를 모른다 할지라도 이대로 보고를 한다면 의도에 맞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팀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해보다 서로 언쟁까지 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초반 이미지가 중요한데 처음부터 팀 동료 관계가 안 좋게 흘러가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과정에서 나는 팀장님께 다시 물어보기로 했다. 현재 이해하고 진행한 상황을 말씀드리고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 것 맞는지 여쭤봤다. 팀장님은 내가 최초에 했던 A그룹을 a, b, c 기준으로 나누어 데이터를 만들면 되지 않냐고 하셨다.


난 내 귀를 의심했다. 다시 확인 질문을 하고 나서 제대로 들은 게 맞은 거란 걸 알았다. 똑같은 데이터를 다시 가지고 이번엔 팀 회의가 아닌 개별 보고로 진행하였다. 데이터를 보시면서 팀장님은 궁금한 부분을 물으셨고 나는 그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드리면서 보고는 끝나게 되었다.


무엇인가 이상했다. 렇지만 단순히 '그날 기분이 좋지 않으셨던 거겠지?' 하면서 난 그 날일을 간단하게 넘겼다. 앞으로는 잘 될 일만 있을 것이고 오늘은 상사와 스타일을 맞춰갈 때 겪는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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