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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희 Apr 06. 2022

출근은 힘들어

하루를 견디는 법에 대하여 

 7시, 시끄러운 알람을 끄고 나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됩니다. 


 보통 공공도서관은 9시에 개관합니다. 6시에 자료실 문을 닫지요. 열람실은 그보다 조금 더 오래 개방합니다-이는 도서관의 정책마다 다르니, 해당 도서관의 홈페이지나 공고를 확인하시길 바라요-. 

 공교롭게도 제가 일한 도서관들은 제 집과 거리가 있는지라, 개관 시간보다 두어 시간은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나가야 했답니다. 


 북적이는 버스를 타고 굽이치는 길을 지나 도서관에 갑니다. 종종 몇 사람이 저와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데, 일찍 공부를 하러 도서관에 오시는 분이나 사서 선생님이십니다. 반가이 인사를 건네고, 도서관 방문 기록을 남기고, 자료실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바닥을 쓸고, 책상을 닦고, 어제 전부 정리하지 못한 책을 정리하고. 무인 반납기계에 쌓인 책을 처리하면 얼추 오전의 일과가 끝납니다. 


 도중에 책을 찾는 분이 계시면 일손을 놓고 달려가 도와드리곤 합니다. 찾아드리면 그때서야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즐거워하시는데, 그 얼굴을 보는 게 낙이에요. 종종 ‘어떻게 찾느냐’고 묻는 분도 계신데, 간단한 글자와 숫자의 순서만 알면 금방 찾을 수 있답니다. 책의 번호를 보는 법은 나중에 따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2~2시 사이에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저는 저번 겨우내, 아버지가 점심을 싸주셨어요. 마침 일을 쉬고 계시니 딸을 위해 힘 좀 써보겠다 하시더군요. 된장국과 달걀부침의 맛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점심을 먹고 다시 일을 합니다. 저는 사서가 아니기에 거창한 일을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책을 수리하거나, 책을 정리하거나, 서가 사이에서 잃어버린 책을 찾거나, 이용자분들의 질문을 듣거나 안내를 드릴 순 있거든요. 사소하지만 없어서도 안 될 일들이요. 

 대체로 일어서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이용자분들이 찾는 책을 찾거나, 사라진 책을 찾는 일이었지요. 수많은 책 사이에서 잘못 꽂으면 며칠 내내 못 찾는 경우도 허다해요.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한 권씩 찾다보면 겨우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거롭지만, 제 보람이에요.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 슬슬 자료실을 닫을 준비를 합니다. 그때까지도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또는 퇴근길에 오시는 모양인지, 급히 들르셔서 책만 반납하는 분도 계십니다. 책이 쌓이는 건 아쉽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으려니 하며 한 번 더 서가 사이를 오갑니다. 그러면 정말로 퇴근이지요. 


 때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교실 진행을 돕거나 도서관에 들른 아이들이 읽을 책을 옮기기도 해요. 이동도서관을 꾸리기 위해 낑낑대며 책을 고르는 날도 있어요.


  다채로운 듯 보이는 하루 중 변하지 않는 건, 여전히 책을 위하고 책을 읽으러 찾아오는 이용자분들을 위한 일을 한다는 점이네요. 

 힘에 부치지만 저 나름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하고 계신 일에 보람이 있으신가요? 즐거움을 느끼시나요? 어떤 일이든, 제가 책을 꽂는 것처럼 반드시 필요할 일일 겁니다. 그러니 부디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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